FI와 ‘1조원 규모’ SSG닷컴 투자금 회수 분쟁
재무부담 큰 신세계, 지분매각안까지 언급돼
“신규 투자자 확보 관건…연말까지 시간 벌어”

이마트 본사 전경. 사진=이마트
이마트 본사 전경. 사진=이마트

신세계그룹이 재무적 투자자(FI)가 가진 SSG닷컴 지분 30%를 제3자에 되파는 방식으로 1조원 투자금 관련 분쟁을 해소한다. 재무부담이 큰 신세계그룹이 당장 목돈을 마련할 수 없던 상황에서 이번 협의로 올해말까지 지분 매각에 나설 시간을 벌게 됐다. 당장 계열사 지분 매각까지 언급될 정도로 위기였던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이 이번 결정에 대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SSG닷컴의 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FI 보유 지분 매매에 대해 원만하게 합의를 완료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이 가진 SSG닷컴 보통주 131만 6492주(전체 30%) 전부를 올해 말까지 신세계그룹 측이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매도하기로 합의한 내용이다.

또 신세계그룹과 FI 간 합의에 따라 매매 계약상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효력도 소멸됐다는데 상호간 합의가 이뤄졌다.

신세계그룹은 “양측은 격변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SSG닷컴의 미래를 위해 더 발전적인 방향성을 공유했고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이번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앞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은 2018년 10월 신세계그룹과 투자 약정을 맺고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 등 1조원을 투자해 SSG닷컴 지분을 각각 15%씩 확보했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세가 가파르지 않은 상황에서 SSG닷컴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됐다. 이에 FI는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실제로 FI가 맺은 투자 계약서에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기업공개를 할 준비가 됐다는 의견을 받지 못하면 FI가 보유주식 전량을 신세계 측에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 내용이 포함됐다.

풋옵션 행사는 지난달 1일부로 가능해졌다. 신세계 측은 총거래액 조건을 달성했다는 입장을 냈으나 FI측에서는 “상품권 판매 등 중복 계상 거품을 걷어내면 실질 거래액은 계약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FI의 풋옵션 유효성이 인정된다면 신세계는 지분 30%를 투자금 1조원으로 되사와야 했다.

SSG닷컴
SSG닷컴

문제는 신세계그룹의 현금창출력 등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이 거듭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2019년말에 8조9000억원 규모였던 그룹의 순차입금은 2021년 이후 12~13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순차입금이 확대되는 가운데 현금창출력도 떨어지면서 회사채 발행은 확대되는 모양새다. 회사채가 발행이 잦아질수록 이자 비용도 커져 이마트가 지난해 지급한 이자 비용은 4177억원에 달한다. 2019년에 낸 이자비용 1495억원과 비교해 2.8배로 급증한 규모다.

악화된 재무구조에 부담이 컸던 신세계그룹은 FI와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협상을 이어왔다. 협상이 불발됐다면 계열사 일부 지분매각, 보유 점포 자산유동화 등 대안을 급하게 마련해야만 했다.

신세계그룹의 주요 현금창출원인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분 일부매각, 대형마트·트레이더스 등 점포 매각을 통한 자산유동화가 언급된 이유다.

그러나 양측이 비교적 빠르게 합의점을 찾으면서 신세계그룹은 올해말까지 지분 매각에 나설 여유를 확보했다.

이번 협상에 대해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선방했다는 평가를 주로 내리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제외하고 이커머스 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이 나지 않아 상장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이 상황서 차라리 원금 수준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 FI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신세계가 FI에 기존 투자금인 1조원에 합의금 형태로 1500억원을 더해 1조1500억원 상당 지급을 약속했다는 소식도 있다. FI 입장에서 5년의 투자기간 동안 1500억원의 수익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그룹도 투자금 회수 논란을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6개월 가량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비교적 선방한 협상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SSG닷컴 지분을 사들일 신규 투자자가 모집이 안된다면 신세계그룹이 해당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IB시장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으나 SSG닷컴 지분을 높게 쳐줄 투자자가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연말까지 신규 투자자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 신규 FI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진 투자자는 많다”며 “현재 투자를 논의 중인 신규 투자자도 있다. 연말까지 확보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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