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허병훈 號 정식 출범…‘재무통’ 대표 경영 윤곽
65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부채비율 200% 낮춘다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 사진=신세계건설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 사진=신세계건설

이달 정식 출범한 허병훈 號에 오르게 된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며 재무안정화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신세계건설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허병훈 대표의 경영 행보가 윤곽을 그리는 모양새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1878억원, 순손실 1585억원을 냈다. 특히 영업손실의 경우 전년 손실인 120억원 보다도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951.79%에 달한다.

이같은 손실은 2022년 공사원가 부담 확대 및 일부 사업장 대손 반영, 대구 지역 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실적 등이 원인이 됐다. 특히 대구에서 지은 여러 현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해 미수금이 급증했다. 부산 기장 빌라쥬드아난와 같이 발주처와 법적분쟁으로 인해 공사비를 받지 못한 곳도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건설의 실적 반등을 위한 인적쇄신을 단행, 그룹 내 재무관리를 총괄한 이력이 있는 허병훈 대표를 적임자로 꼽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일 정두영 전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허병훈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허병훈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정식 선임됐다.

허 대표는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과 삼성물산 재무담당,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했다.

2011년 호텔신라로 이동한 허 대표는 경영지원장 겸 CFO 등을 거친 후 2018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지냈다.

허 대표는 정식 출범 후 ‘재무통’ 호칭에 걸맞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신세계건설은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한 6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 승인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으로,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거나 아예 없다는 점에서 자본으로 인식된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인수한다. 또 신세계건설 모회사인 이마트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말부터 사채 발행과 영랑호리조트 흡수 합병, 레저사업부문 영업 양수도 등을 통해 6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자금 수혈’에 주력해 왔다. 

이번 6500억원을 추가 조달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자금 수요 이상의 유동성 대응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건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시 부채 비율을 대폭 낮추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00%대였던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신세계건설은 재무 여건 안정화를 바탕으로 스타필드 청라 건설과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6500억원의 추가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재무적 부담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면서 “경영 여건이 안정화된 만큼 수익성 높은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수주하는 등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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