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천억원 추가 투자해 한온시스템 경영권 인수
증권가, 가격과 시너지 면에서 부정적 반응
전문경영인 체제 주장하는 형제들에게 오너경영으로 대응한 듯

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
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수년째 떠들썩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이 모처럼 대형 M&A 소식을 알렸다. 자동차 열에너지 관리 분야에서 세계 2위 업체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시대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도 덧붙였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수 주체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물론이고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그리고 인수 대상인 한온시스템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증권사도 부정적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M&A를 통해 조현범 회장이 오너 경영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한온시스템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 12.2%를 모두 1조733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지난 2014년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1조8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지분 인수절차가 완료되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조8000억원을 투자해 한온시스템 지분 50.5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인수에 대해 10년 전부터 전기차 시대를 내다보고 추진해 온 미래 성장 전략의 일환이며 기존 타이어 부문과 결합해 전기차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서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한온시스템의 지분을 처음 인수한 2014년 이후 10년 동안 한온시스템의 기술력과 경영 전략, 기업문화 등 펀더멘털을 철저하게 검증해 왔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인수·합병이라며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기대와는 달랐다. M&A 소식이 전해진 후 첫 번째 거래일인 7일 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모두 곤두박질쳤다.

증권가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가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는 것이다. 한온시스템의 시가 총액은 3조1000억원 수준인데 비해 한국앤컴퍼니의 인수가격을 보면 한온시스템의 가치를 5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과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의 타이어 사업과 한온시스템의 열관리 관련 기술은 원료조달과 생산, 판매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너지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데 대해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또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인수합병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은 배당 등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증권사들이 한국타이어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하나투자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의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6만원으로 내렸고 대신증권의 김귀연 연구원도 7만3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낮췄다.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수합병은 그룹의 총수가 아니면 결정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번 한온시스템 인수도 조현범 회장이 결정했다는 사실을 한국앤컴퍼니그룹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작년 말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개입하면서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경쟁으로까지 치달았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 등의 개입으로 조현범 회장이 승기를 잡았지만 다툼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 회장의 형 조현식 고문과 누나 조희경 씨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며 조 회장과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규모 M&A는 조 회장이 오너 경영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결단이며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규모 인수합병의 성공 여부를 주식시장의 단기적 반응이나 증권가의 분석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총수인 조 회장이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만 조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까지 걸고 벌이는 승부수임이 분명해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