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무렵 대학교 선배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동에 전세를 놓고 있는 아파트를 외동 아들에게 증여를 하기 위한 감정평가를 요청하고, 중개업소에 알아보니 40평형 현재 시세가 20억원 이하라고 전하면서 20억원 이하로 가능한 지도 물어봅니다. 이 때는 아파트 가격이 한창 내려가던 시기였습니다. 가격조사를 하고 지금 감정평가하면 최소 25억원을 예상한다고 연락했습니다. 선배는 20억원에 내놔도 거래가 안된다고 하면서 왜 그러냐고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감정평가 기준시점 때문입니다.
기준시점은 평가기준일을 말합니다. ‘기준시점’이란 대상물건의 감정평가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날짜를 말합니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 증여세는 증여일이 평가기준일입니다. 평가기간은 상속세는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증여세는 증여일 전 6개월 후 3개월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제49조 제1항’은 “‘수용가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이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이하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증여재산의 경우에는 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평가기준일 후 3개월까지로 한다. 이하 평가기간) 이내의 기간 중 매매·감정·수용·경매 또는 공매가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확인되는 가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76조 제1항’ 단서에서 “다만, 세무서장 등은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거나 그 신고한 과세표준이나 세액에 탈루(脫漏) 또는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그 과세표준과 세액을 조사하여 결정한다”고 규정하여, 신고한 금액이 시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세무당국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 제76조 제3항에서 신고를 받은 날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간(이하 법정결정기한) 이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여야 하는데, 법정결정기한은 시행령 제78조 제1항에서 상속세는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는 신고기한부터 6개월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이하 세무당국)은 시행령 제49조 제1항에 따라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 의뢰하여 평가할 수 있고, 비주거용 부동산이 그 대상이 됩니다. 세무당국의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대상은 ①추정시가와 보충적 평가액의 차이가 10억원 이상인 경우 ②추정시가와 보충적 평가액 차이의 비율이 10% 이상[(추정시가 – 보충적 평가액)/추정시가]인 경우를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추정시가는 국세청이 매년 지정하는 5개 이상의 감정평강법인에 의뢰하여 추정시가(최고값과 최소값을 제외한 가액의 평균값)를 산정합니다. 최근에는 비주거용 부동산 뿐만 아니라 고가의 주택에 대해서도 감정평가대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시행규칙 제15조 제3항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해당 재산과 면적·위치·용도·종목 및 기준시가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이란 평가대상 주택과 동일한 공동주택단지 내에 있을 것, 평가대상 주택과 주거전용면적의 차이가 평가대상 주택의 주거전용면적의 100분의 5 이내일 것, 평가대상 주택과 공동주택가격의 차이가 평가대상 주택의 공동주택가격의 100분의 5 이내일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기준시점...감정평가 기준시점을 늦추는 방법도
앞에서 언급한 선배의 아파트가 2022년 가을 당시 매물은 20억원 내외였고 그마저도 거래가 없어 시행규칙 제15조 제3항 적용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선배는 자신의 아파트를 감정평가하면 20억원 내외로 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25억원 정도가 될 거라는 답을 들었으니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기준시점 때문이었습니다. 증여의 경우에는 증여일이 평가기준일 즉 기준시점이 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로 감정평가 기준시점을 6개월 이내로 앞당기면 감정평가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익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감정평가 기준시점을 늦추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아파트의 감정평가액은 감정평가대상 아파트와 유사한 아파트이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사정보정, 시점수정, 가치형성요인 비교 등을 거쳐 결정하게 됩니다. 즉 거래사례를 선정해야 하는데 거래사례의 선정기준은 물적, 위치적 유사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은 시행규칙 제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느 내용과 비슷합니다. 동일한 단지 내, 동일하거나 유사한 면적, 층이나 향이 유사한 사례가 기준이 됩니다. 또한 거래사례는 기준시점 이전의 사례이어야 합니다. 감정평가실무에서는 역진적인 시점수정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기준시점이 2022년 10월 5일이면 거래사례는 2022년 10월 5일 이전 거래여야 하고, 2022년 10월 5일 이후의 거래는 사례로 적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등기부에 등록된 사례 즉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경우이어야 거래사례로 선택하고 감정평가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선배가 의뢰한 아파트의 경우 증여일에 가까운 시점(6개월 이내)에는 거래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6개월 이전의 사례를 적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는 아파트 가격이 높았던 시기여서 시점수정(한국부동산원 통계 중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적용)을 하더라도 증여일 당시의 시세를 상회하는 감정평가액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급하지 않으면 증여를 늦추라고 권유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있고, 그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된 사례가 6개월 정도 이후에는 있을 것이니 그 때 감정평가를 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기준시점을 늦춘 것입니다. 6개월 후 감정평가를 진행했습니다. 6개월 후에는 시세가 반영된 사례가 있었고 시세를 반영한 금액으로 감정평가액을 결정하고 선배는 무난하게 증여 절차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금액으로 감정평가를 받아 재평가를 하여 결국 상속세의 절세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고가의 공동주택(아파트)으로 2022년 10월 10일이 상속개시일로 상속인이 2개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평균 30억원의 감정평가서(원 감정평가)를 받아 세무서에 제출했는데, 해당 세무서에서는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라고 판단하고 다른 2개의 감정평가법인에 재평가를 의뢰했습니다. 원 감정평가에서는 기준시점을 2022년 10월 10일이 상속개시일이지만 2023년 2월 10일(평기기간 6개월 이내에 해당)로 했고, 재평가에서는 세무서에서 상속개시일인 2022년 10월 10일을 기준시점으로 해서 의뢰했습니다. 즉 기준시점이 달랐던 것입니다.
감정평가 기준시점을 상속개시일이나 증여일이 아닌 6개월 또는 3개월 이내의 다른 일자로 하여 감정평가한 감정평가액은 시가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국세청은 감정가액이 평가기간(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일 후 3개월까지, 상속개시일 전 6개월부터 상속개시일 후 6개월까지) 이내 해당하는 지 여부는 시행령 제49조제2항제2호에 따라 가격산정기준일(기준시점)과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모두 평가기간 이내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2022년 10월 10일을 기준시점으로 한 재평가에서는 평균 38억원 수준의 금액이 감정평가액으로 되었습니다. 2023년 2월 10일을 기준시점으로 하면 평균 36억원 수준이 되는데 원평가의 120%가 되고, 원평가는 재평가의 83.3%가 됩니다. 2022년 10월 10일을 기준시점으로 한 재평가는 원평가와 126%, 원평가는 재평가의 79%가 됩니다. 2022년 10월 10일을 기준시점으로 한 감정평가와 비교하면 원평가로 신고한 상속세는 부인당할 수도 있습니다. 기준시점을 최대한 늦춰서 하더라도 허용 범위 내의 감정평가액이 필요합니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상속개시일이나 증여일이 아닌 다른 일자를 기준시점으로 하여 감정평가는 가능하지만 그 감정평가액을 세무서에서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세무서에서 지정하는 2개의 감정평가법인이 재평가를 할 수 있고 그 차액이 허용 범위보다 클 경우 부인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속 혹은 증여할 때 감정평가를 의뢰할 경우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지 감정평가사와 상의를 거쳐 의뢰자에게 유리한 시점을 기준시점으로 할 것을 권유합니다. 부동산가격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기준시점을 가급적 늦춰서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부동산가격의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기준시점을 가급적 앞당겨서 감정평가를 의뢰하면 감정평가액은 낮아지고 그만큼 신고가액도 낮출 수 있습니다. 상속하거나 증여하기 위한 감정평가를 의뢰할 때 기준시점 결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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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호 감정평가사는 ‘나라감정평가법인’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MAI(Member of Appraisal Institute 국제공인자산평가분석가) 정회원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감정평가기준위원회 위원과 서울 중구 공유토지분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