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누적에 작년 말 자본잠식률 17.4%
시대를 풍미한 1세대 국산 FPS 게임 ‘스페셜포스’ 개발사 드래곤플라이가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돌입했다.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등을 위해선 신작 게임과 디지털 치료제 사업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30일 드래곤플라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자본금이 347억원이었으며, 자본총계는 그에 못 미친 284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자본잠식에 돌입했다. 자본잠식이란, 적자가 지속된 기업의 결손금이 쌓이면서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하회하는 상태를 뜻한다.
드래곤플라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133억원의 영업손실과 2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 대비 매출이 134%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두 배가량 늘었다. 적자가 지속된 끝에 작년 말 기준 드래곤플라이의 결손금은 715억원에 이르렀으며, 재작년 205억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9억원으로 급감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기업이 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기록했을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드래곤플라이의 자본잠식률은 17.4%다. 자본잠식이 심화되기 전에 턴어라운드를 이루거나 자금을 조달해 결손금을 상쇄해야 하는 상황.
드래곤플라이는 그간 실적이 악화될 때 마다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을 확충해왔는데, 이번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흑자전환을 이루고 자본잠식을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드래곤플라이 측은 “현재 확정된 전환사채(CB)말고 다른 자금 조달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선보인 신작의 성과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연초 론칭한 모바일 수집형 RPG ‘아도르: 수호의 여신’은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주요 앱마켓 순위에서 이탈했다. 그나마 작년 11월 선보였던 MMORPG ‘콜오브 카오스: 어셈블’이 28일 기준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7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남은 드래곤플라이의 차기작으로는 방치형 디펜스 게임 ‘위치스위치’와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 A(가제)’ 정도가 꼽힌다. ‘프로젝트 AX’로 불리던 FPS 타이틀 ‘AX : 포탈 슬레이어스’도 지난 28일 스팀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되나, 최고 동시 접속자가 10명이 채 안 될 정도로 파급력은 미미하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많은 투자를 이어온 디지털 치료제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결과물을 거둬야 하는 실정이다. 드래곤플라이가 ADHD 환아를 위해 개발한 게임형 디지털 치료기기 ‘가디언즈 DTx’는 만 7세 이상 13세 미만 대상 탐색임상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올해에는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며 “신작 출시와 더불어 디지털 치료기기 사업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며 질적인 성장을 이루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