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보험사에 과태료 8000만원 일괄 적용
“大보험사 영향력 더 큰 반면, 징계에 따른 타격 적어”

금융감독원의 보험업계 수시검사 결과 국내 초대형 보험사인 삼성생명·한화생명을 비롯한 다수 보험사가 무더기로 보험요율 산출원칙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게 됐다.

업계에선 보험요율 조작이 고객을 대상으로 큰 피해를 야기함에도 징계는 미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대형-중소형 보험회사간 영향력 차이 및 징계의 타격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실질적인 제재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위원회 제재안건 의결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수시검사 결과 총 9개 보험회사가 보험업법상 보험요율 산출 원칙·기초서류 관리기준 등 위반·선임계리사 보험요율 검증 업무 불 철저 등으로 과태료 80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해당 보험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KDB생명 ▲동양생명 ▲DGB생명 ▲DB생명 ▲ABL생명이다.

이들 보험사는 2018년 11월, 2019년 1월경 암 입원 보험상품의 위험률인 ‘암입원적용률’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암 입원 일수를 과다 반영해 약관상 보장하는 위험과 일치하지 않는 수치를 적용했다.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보험요율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되도록 했다.

다시 말해, 보험수익자를 대상으로 약관상 보장위험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청구 금액 중 일부를 감액했음에도, 경험통계 보고에는 암 입원 일수 전체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혐의와 관련된 기초 서류가 존재함에도 보험사들은 서류의 적정성 및 오류를 확인·검증하지 않고 조작된 보험요율을 그대로 사용해 보험상품을 개발·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초 서류에 대한 검증 책임은 보험계리업무를 수행하는 선임계리사에게 있는데, 이들 역시 조작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의 산출이 정확하다는 의견으로 ‘선임계리사 확인서’를 발급한 것으로 적시됐다.

결국, 금융당국은 이들 보험사에 대해 과태료 8000만원의 제재를 의결했다.

보험업 감독규정의 과태료 부과 기준에 따르면, 위반 수위 ‘중대’ 또는 위반 동기 ‘높음’에 해당하는 경우 8000만원~1억원의 과태료를 부여받게 된다. 위반에 따른 사회적 폐해가 상당하며 보험요율 조작 역시 고의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다만, 법적인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제재효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경고나 업무정지 등 큰 제약 없이 단순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은 보험사들 입장에서 거의 타격이 없어 관행적으로 악습을 반복하게 된다”며 “법규 위반에 따른 사회적 악영향이 큰 대형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가 동일한 과태료를 물게 되는데, 대형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초대형 보험사로 손꼽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대비 과태료 비율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각각 2조337억원, 8259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과태료 금액의 비율은 각각 0.039%, 0.096%에 불과하다.

반면, 다수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연간 실적이 적자인 경우를 포함해 과태료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업계 전체의 관행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초대형 보험사의 행태부터 변화해야 한다”며 “현행 법규는 지나치게 대형 보험사에 관대하고 소형 보험사에게 엄격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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