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천억 규모 차입금 만기에 부담감↑
홈플러스 “매출 성장세…재융자 순조로워”

홈플러스 강서점 겸 본사 전경.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강서점 겸 본사 전경.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가 올해 만기되는 8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차입금 재융자(리파이낸싱)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금융시장 악화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22년에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자 단기 차입을 늘렸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2022년에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000억원을 차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 메리츠증권과 리파이낸싱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우선적으로 오는 6월까지 만기를 연장했다.

홈플러스가 오는 6월에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더라도 추가적으로 오는 10월에 만기되는 5000억원대 차입금 문제도 있다.

사모펀드사 MBK파트너스는 2013년 블라인드 3호 펀드를 조성해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4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인수금융 규모가 막대한 만큼 MBK파트너스는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으로 잇달아 매각했다. 그럼에도 차입금은 5700억여원 정도가 남아 있다.

매각 과정에서 알짜 점포가 매각됐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직원 해고가 이뤄지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이미지마저 크게 저하됐다. 잇단 매각 작업으로 2017년 전국 142개였던 점포는 132개로 줄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리파이낸싱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리파이낸싱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과 먹거리를 앞세운 ‘메가푸드마켓’로 기존 점포를 대대적으로 재단장하면서 24개점 매출이 평균 24.5% 늘고 홈플러스 온라인 매출이 지난 5년간 연평균 20% 정도 증가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대대적인 재단장으로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 매출은 전년(6조4807억원)보다 1.8% 상승한 6조600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적자도 늘었다. 2021년 1335억원, 2022년 2601억원으로 증가했다. 대대적 재단장으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높아진 임대료도 부담이다. 홈플러스는 점포를 매각한 후 판매 후 재입점으로 당장에는 자금을 확보했으나 그 과정에서 임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됐다.

홈플러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9월 홈플러스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등급을 낮췄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해 2월말 홈플러스 경쟁력이 약화했고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내렸다.

당시 한신평은 “대형마트 업계에서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자산 매각을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면서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는 감소했지만 재무 안전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 매각 여건도 저하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의 부채비율도 2021년 회계연도 기준 663.9%에서 2022년 회계연도 기준 944%로 늘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65.1%에서 67.9%로 증가했다.

악화된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 측은 8000억원의 리파이낸싱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반기 중에 차입금에 대한 리파이낸싱 작업이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며 "기존 점포들이 18개월 연속 플러스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등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 일부 차입금 상환이 예정돼 있고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환 확약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늘고 있어 영업손실 규모도 줄 것”이라며 “리파이낸싱과 관련해서는 구두 합의를 하고 계약서 작성을 앞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매각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조주연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부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MBK파트너스의 구성원이 직접 홈플러스의 대표를 맡는 형태로 홈플러스 인수를 성공시킨 장본인인 김광일 부회장이 홈플러스를 이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보통 사모펀드의 경우 특정 업체를 인수한 후 5년 정도 지나면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다른 상황이다. 인수 후 8년이 지났지만  매각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 다시 홈플러스를 이끌면서 매각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홈플러스는 "인사와 매각 작업은 연관성이 없다"면서 “김 부회장은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적 조언을 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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