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매각 시점 앞두고 대표진 교체
21·22년 연속 적자…낮아진 몸값에 고민 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자사 인물을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사진은 최근 매각된 홈플러스 해운대점 전경.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자사 인물을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사진은 최근 매각된 홈플러스 해운대점 전경.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자사 인물을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이를 두고 MBK파트너스가 내부 정비를 통해 홈플러스 매각 작업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조주연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부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를 맡고 홈플러스의 이사회 구성원이자 기타비상무이사인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겸임한다.

그간 홈플러스를 맡은 이제훈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속성장 등 중장기 전략 수립에 주력할 예정이다.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래 처음으로 MBK의 구성원이 직접 홈플러스의 대표를 맡는 형태다. 특히 홈플러스 인수를 성공시킨 장본인인 김 부회장이 홈플러스를 이끈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 부회장은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영국의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맡아 성공시켰다. 구체적으로 MBK파트너스가 테스코에게 지급한 금액은 5조8000억원이지만 홈플러스가 보유했던 부채 1조4000억원도 그대로 떠안으면서 M&A금액은 더 늘어났다.

막대한 홈플러스 인수대금은 국내 2위 대형마트사라는 프리미엄과 함께 높은 매출력이 근거가 됐다. 홈플러스가 2010년대만 하더라도 연매출이 9조원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M&A 당시의 막대한 금액은 비판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경쟁사인 이마트, 롯데마트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커머스(온라인 쇼핑)가 점차 확대되면서 홈플러스의 매출은 꺾이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당장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93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1년, 2022년에는 연속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홈플러스의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매출은 6조4807억원까지 줄었고 영업손실은 1335억원이 났다. 이는 홈플러스의 6년 만의 적자다.

2022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에는 매출 반등에 성공하면서 매출 6조6000억원을 냈지만 영업손실은 2602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커졌다.

2023회계연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년보다 영업손실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눈에 띌 정도의 실적 반등까지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제훈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부회장. 홈플러스 제공
이제훈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부회장. 홈플러스 제공

또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주요 점포 매각 작업을 이어왔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0년 경기 안산점 매각을 시작으로 대전 탄방점·대전 둔산점·대구점·부산 가야점·대전 동대전점·부산 해운대점 등을 매각했다. 잇단 매각 작업으로 2017년 전국 142개였던 매장 점포는 132개로 줄었다.

매각자금 중 4조3000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린 상황에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자산 매각을 통해 상환했다. 앞으로 더 갚아야할 금액은 5700억원 수준이다.

이렇듯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점포 매각을 통해 대금을 확보하고 있으나 홈플러스 자체를 매각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기란 어렵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특정 업체를 인수한 후 5년 이내에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홈플러스의 매각작업이 인수 후 8년을 넘어서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사례다.

홈플러스의 높아진 임대료도 부담이다. 홈플러스는 점포를 매각한 후 판매 후 재입점(세일앤 리스백)을 택하면서 당장에는 자금을 확보했으나 그 과정에서 임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됐다. 홈플러스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9월 홈플러스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등급을 낮췄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렇듯 홈플러스는 실적이 저하되고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앞장섰던 MBK파트너스의 인물이 다시 매각 작업을 이끌게 됐다. 게다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투자한 MBK 3호 펀드의 출자자 환급 시한이 2025년 10월까지라는 점에서도 매각 작업을 앞당겨야 하는 시기다. 다만 펀드 환급 시한 자체는 합의에 따라 2년 연장할 수는 있다.

이커머스가 대두된 상황에서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마트사도 동반 하락세를 띄고 있어 홈플러스의 매각 가격을 높게 받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막대한 금액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수자가 쉽사리 나설지도 의문이다.

다만 홈플러스는 이번 인사와 매각 작업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는 “자사는 유통산업의 부침 속에서도 지난 2년동안 성장세를 지속하며 매출 회복을 이뤄냈으나 수익 부문에서는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김 부회장은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부문에서 전략적 조언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이다. 이번 인사와 매각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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