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불법승계 ‘무죄’…“범죄증명 없어”
등기이사 복귀하고 대형 M&A 시동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년간 채워져 있던 ‘족쇄’를 벗으면서 삼성그룹 앞날에 ‘청신호’가 커졌다. 재계는 삼성이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오후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승계를 위한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합병비율 불공정 산정에 대한 판단도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 가운데 있다”며 “저의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최후진술에서 밝힌 것처럼 향후 이 회장은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형 M&A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발이 묶인 사이 벤처 투자와 중소 M&A는 꾸준히 이어왔지만, 대형 M&A 사례는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올해 대형 M&A에 대한 가능성은 이미 시사한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대형 M&A에 대한 계획이 올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의 ‘뉴삼성’ 로드맵을 위한 대규모 인사나 조직 개편도 점쳐진다. 총수 운신 폭이 좁다 보니 삼성은 2022년 말 이 회장 체제 이후에도 ‘뉴삼성’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그 사이 삼성전자의 대명사 ‘초격차’는 무색해 졌다. 15년 동안 지켜오던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타이틀을 현대자동차그룹에 내줬으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반도체는 2년 만에 인텔에 재역전당했고, 글로벌 AI반도체 삼각편대에는 ‘삼성전자’ 이름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미래 신사업 발굴과 대규모 투자 집행을 위해 지난 2017년 2월 해체한 미래전략실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을 본격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도 “컨트롤타워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며 3기 준감위에서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을 본격 논의할 것을 내비친 바 있다.

이 회장의 ‘책임 경영’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10월 회장으로 승진한 이 회장은 현재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LG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항소 등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재판 106회, 기록만 21만쪽에 이르고 수사부터 선고까지 5년 3개월이 걸린 만큼 항소심 역시 이번 1심 선고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 투자와 연구개발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면 삼성전자가 예년의 영광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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