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비물건화법, 수의사법 국회서 계류
민법 개정안, 법원행정처서 사실상 반대

사진=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사진=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25%에 달하는데 펫보험 가입률이 1%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법적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려 수의사법·민법 일부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해당 법안들은 몇 년째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이탄희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민법 일부 개정안의 경우 지난해 말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법안이 상정되면 법원행정처의 새로운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따르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일부 개정안 등은 국회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법무부가 2021년 민법 제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내용을 국회에 발의 했고, 이어 이탄희 의원 등의 입법안도 3건 발의됐다.

현재 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취지에 여야 모두 동의해 21대 국회 임기에서 처리하기로 합의도 했다. 그러나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 상정되기만 했을 뿐 논의조차 없이 국회에서 잠들었다.

◆법원행정처 ‘신중검토’ 의견, 사실상 반대 

법원행정처가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를 두고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 공감하지만, 동물이 사법상 어떤 권리와 지위를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아 법적 혼란과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행정 및 사법제도연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 소속기관이다.

다만, 지난해 말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말자’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에 대해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법원행정처의 변화를 조심스레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손해보험사에서 서비스 중인 실손보험 개념의 펫보험에서 형사적 책임도 보상받는 등 폭넓은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개정안은 두 번 정도 상정됐지만, 법원행정처에서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취임한 대법원장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공감한다고 발언한 만큼 다시 상정되면 법원행정처에서 새로운 의견을 보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양육자가 진료부 요청해도 거절

수의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는 반려동물 소유자가 동물보험에 가입하거나 보험금 청구 목적으로 진료부 등을 발급받으려는 경우 수의사가 발급을 거절해도 강제할 법이 없다.

해당 개정안은 수의사 업계가 동물약품 오·남용 우려를 이유로 진료부 발급을 반대하고 있다. “동물 소유자가 진료부에 있는 질병과 약품 이름을 보고 직접 동물을 진료할 경우 오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수의사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등을 목적으로 동물병원에 요청 시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 양육자의 동의가 있어도 진료부 확인이 어려워 인수심사 및 보험금 청구 심사 시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심되는 보험 청구 건에 대해 진료부 확인이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