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 김포공항 DF2 면세점 입찰경쟁
만년 2위 신라, 롯데 턱밑까지 추격
인천공항서 밀려난 롯데, 설욕할까

면세점 업계 1위를 다투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 경쟁을 펼치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층이 여행객 등으로 붐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면세점 업계 1위를 다투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 경쟁을 펼치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층이 여행객 등으로 붐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면세점 업계 1위를 다투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는 각사의 오너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이사 간 자존심 대결 양상도 나타날 전망이다.

2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전날 김포공항 출국장 면세점 DF2 구역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제안서를 검토하고 프레젠테이션 등을 거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을 복수사업자로 결정했다.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3층에 위치한 DF2 구역은 733.4㎡ 규모로 주류·담배 등을 판매할 수 있다. 이곳의 연 매출액은 419억원 수준으로 주류와 담배는 마진이 높은 상품이라는 점에서 입찰 전부터 국내 면세 ‘빅4’인 롯데와 신라, 신세계와 현대도 모두 입찰할 정도다.

높은 경쟁률로 인해 각사 대표가 직접 발표에 나섰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가 경쟁 PT에 나섰고 신라면세점에서는 면세(TR)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태호 부사장이 직접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면세 업황의 반등은 멀었다. 해외 소비자들도 줄어든 소비 여력으로 면세점 상품을 찾기보다는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면세점 업계의 고난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김포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확보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400억원대의 매출은 면세점 업계 입장에서 큰 규모는 아니다. 글로벌 1위로 평가되는 인천국제공항 전체 소매점 매출은 2019년 기준으로 약 3조1723억원 규모다. 그러나 김포공항 면세점 매출은 큰 변동 없이 꾸준히 발생하며 인천공항의 고정 임대료 방식과는 달리 매출액에 따라 임대료가 책정돼 고정비용 부담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소 긴 운영 기간도 장점이다.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 성공하면 단일 기간으로 7년을 운영할 수 있다.

게다가 김포공항 면세점의 국내선 비율은 약 90%에 달해 내국인 위주로 매출이 발생한다. 인천공항과는 달리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대외변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알짜’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김포공항을 통한 일본과 동남아 출국도 소폭 늘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간 매출·시장점유율 비교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간 매출·시장점유율 비교표.

이에 양사는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게다가 면세점 업계 1위를 다투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양사 오너의 자존심도 걸려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면세 부문 강화를 이미 언급했다. 면세사업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저조한 상황에서 신라면세점이 실적을 끌어올려야만 호텔신라에도 호실적이 반영된다. 

게다가 김포공항 면세점 구역은 이미 신라면세점이 2018년 8월 입찰에 성공해 5년간 운영해온 곳이다. 면세업계 1위 경쟁을 펼치는 이 사장 입장에서 운영 중인 사업장 운영권을 롯데면세점에 빼앗긴다면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은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면세점 사업자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매장을 새단장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신경쓰는 모습이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도 이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을 다소 구겼던 만큼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 롯데면세점은 22년간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해 왔으나 지난해 6월 면세점 운영을 마무리했다. 롯데면세점은 그간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인천공항 점포에서 거둬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입점해있던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은 신라면세점이 차지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5월 인체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서 향수·화장품·주류·담배 등을 판매하는 DF1 구역과 패션·액세서리·부티크 등 사업 구역인 DF3 구역을 확보했다.

롯데면세점이 1위 자리를 다투는 경쟁사에 기존 운영점포 운영권을 뺏긴 양상이다. 현 양상에서 롯데면세점이 김포공항 면세점을 확보한다면 설욕할 수 있다.

게다가 김포공항 면세점을 확보한다면 롯데면세점은 매출 순위에서 바짝 추격하는 신라면세점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1~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2조2450억원이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은 2조1617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833억원 차이가 발생했다.

롯데가 인천공항에서 사업을 접은 대신 시내 매장을 키우고 있어 국내 사업장을 추가한다는 상징성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단순한 자존심 싸움뿐만 아니라 사업권 확보를 통해 매출을 더욱 늘린다면 입점 브랜드 유치도 더욱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양사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입찰 PT에 당사의 주류담배 상품 소싱 능력 및 공항공사와의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한 계획을 착실히 담았다”라며 "남은 관세청 최종 심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현 운영 사업자로서 운영역량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면서 "관세청 심사를 잘 준비해서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대한 최종 평가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하게 된다. 입찰 신청 후 최종 낙찰까지는 통상 한달 가량 소요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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