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트렌드 변화…개별관광객 마케팅 유효”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주류매장. 사진=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주류매장. 사진=신세계면세점

면세업계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형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후발주자’로 평가되는 신세계면세점이 지난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매출 순위에서 신라면세점을 제쳤기 때문이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궁)과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가 줄어들면서 여행형태도 급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관세청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은 국내에서 3조16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국내 매출 4조2939억원)에 이어 2위다.

선두 도약을 시도하던 신라면세점은 지난해에 매출 3조31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로 떨어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1조8166억원으로 4위다.

신라면세점이 국내 매출 기준으로 신세계면세점에 추월당한 것은 최초로 신라면세점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존심을 구겼다.

양사는 업력으로만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호텔신라가 1986년 면세점을 개업하며 면세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2015년에 법인 ‘신세계디에프’가 설립되며 본격적인 사업을 개시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한 지 9년 만에 신라면세점을 추월했다.

핵심 점포로 분류되는 본점 매출에서도 신세계가 신라를 앞섰다. 지난해 각 사 본점 매출을 살펴보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이 3조159억원으로 1위, 신세계면세점 본점이 2조4595억원,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2조3856억원이다.

다만 이번 순위 발표는 국내 기준이다. 신세계면세점은 해외에서 영업을 하지 않고 있으나 신라면세점은 홍콩·마카오·싱가포르에 각각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전체 매출 기준에서는 차이가 난다. 또 호텔신라와 HDC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매출(5352억원)을 합친다면 신라면세점이 국내 매출 순위에서도 2위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이번 매출 순위 상승의 이유로 싼커 맞춤형 마케팅을 주로 꼽으며 ▲신세계백화점 본점과의 시너지 ▲예술 등 체험 마케팅 확대 등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단체관광객 대신 개인관광객에 맞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따이궁에게 주어지던 수수료도 대폭 줄이고 있고 여행과 면세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춘 마케팅을 펼친 결과 매출 순위 변동이 나타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 자체를 관광장소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며 “이를 위해 면세점 내에서 전시회 등 예술 마케팅을 펼치며 쇼핑과 관광을 함께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면세업계는 지난해초부터 중국 따이공에게 떼주던 매출 수수료율을 낮추고 개별 관광객을 공략하는 쪽으로 경영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때 50%에 달했던 따이궁 수수료가 25~30%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양사의 면세점 매출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양사는 롯데면세점이 빠져나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나눠서 가져갔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7월 인천공항 면세점 DF1~DF4 사업권을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각각 두 개씩 나눠가졌다. 두 곳 모두 매장 규모와 판매 품목이 동일해 경쟁이 격한 곳이다.

다만 면세업의 매출 회복은 빠르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 약 24조8586억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20년에 15조5052억원, 2021년에 17조 6403억원, 2022년에 17조8164억원을 기록하며 급감했다. 또 관세청은 지난해 면세업 매출을 13조7585억원으로 집계했다. 방역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4조원 이상 매출이 줄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은 다소 아쉽지만 지난해 중순부터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다”며 “엔데믹 전환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다. 브랜드별 단독 매장 유치를 서두르면서 매출 회복을 앞당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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