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언론인터뷰서 ‘부진 사업 매각’ 언급
바이오·메타버스·수소·소재 등 신사업 강화 기조
유통·이커머스·영화·건설 부진…기업가치 하락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역점사업 강화와 함께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신 회장. 사진=롯데쇼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역점사업 강화와 함께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신 회장. 사진=롯데쇼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역점사업 강화와 함께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이 그룹 내 특정 부문의 매각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유통, 이커머스, 영화, 건설 부문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 해당 부문의 매각 가능성이 주목된다.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전신) 상장 등 주식 상장과 편의점, 타사 주류 사업 매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크고 작은 회사 60곳 정도를 매수했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꿔 매수뿐 아니라 매각도 일부 진행하고 있다”며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종업원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매각과 함께 4개의 신성장 영역을 정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2차전지 소재 등 장래에 성장할 사업으로 교체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가 추진 중인 4개 신성장 영역은 바이오테크놀로지 부문인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메타버스 영역인 롯데정보통신 등이 있다. 신 회장은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을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4개 신성장 영역에 큰 관심을 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BMS사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고 인천 송도에 바이오플랜트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칼리버스를 인수했다. 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출범됐다.

반면 롯데그룹 내 유통 부문의 비중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롯데그룹 전체 매출에서 화학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처음으로 유통 부문을 앞섰고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의 33.8%(28조6594억원) 기록하며 유통군(25.5%, 21조6606억원)을 넘어섰다.

이렇듯 신 회장이 그룹의 무게 중심을 신성장 영역에 집중하면서 전통 주력사업인 유통 분야 등에서 조직이 개편되거나 매각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최근 10년 사이에 외부에 매각한 사업부나 계열사로는 ▲일본 롯데리아 ▲중국 내 음료사업과 롯데마트 ▲외식 사업 TGIF ▲베트남 제과사 비비카(Bibica)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이 주로 꼽힌다.

매각된 분야를 살펴보면 지배구조 개편에서 이뤄진 롯데카드와 보험을 제외하고 유통 부문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유통 부문이 위기를 겪고 있어 유통 부문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신 회장이 이커머스 사업 개편을 위해 야심차게 출범시켰던 그룹의 이커머스 사업 롯데온도 뚜렷한 입지를 못 세우고 있다. 롯데온의 누적적자만 4000억원 규모를 넘어섰고 업계 점유율은 5% 안팎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다.

여기에 유통 부문에서 사업 확장 차원에서 인수했던 하이마트(2012년·1조2400억원), 중고나라(2021년·300억원), 한샘(2022년·3100억원), 한국미니스톱(2022년·3133억원)등도 투자금과 비교해 시너지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쇼핑 연간 실적표. 롯데쇼핑 공시참조.
롯데쇼핑 연간 실적표. 롯데쇼핑 공시참조.

수년간 막대한 투자에 비해 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면서 한때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기도 했다. 2022년 롯데건설에 시작된 유동성 위기로 그룹 전체의 신용도가 떨어질 정도였다.

유동성 위기로 인해 롯데그룹도 과거와는 달리 대대적인 희망퇴직으로 대응할 정도였다. 최근 진행된 롯데마트와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컬처웍스 등의 희망퇴직이 벌어진 것도 유통 부문의 부진, 유동성 위기와 맞물려 발생했다.

신 회장이 집중 육성 중인 신사업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유통과 화학 부문 등에서 자금줄 역할이 이뤄져야 하지만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의 유동성 위기는 현재 상당수 해소됐지만 자금 조달처 다양화와 사업 부진의 영향을 털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롯데의 유통군 실적을 살펴볼 수 있는 롯데쇼핑의 부진도 눈에 띌 정도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은 2020년 16조1844억원에서 2022년 15조4760억원으로 4.4% 감소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발언에 맞춰 유통 부문에서 실적이 부진한 사업체의 매각이나 조직 개편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의견을 내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매각 관련 발언에 대해 확대 해석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전부터 비핵심 사업 정리 등으로 선택과 집중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것”이라며 “다만 당장 매각 등의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매각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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