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19일 ‘아이온2’를 정식 출시했다. 한국형 PC MMORPG 장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IP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45레벨까지 캐릭터를 육성하며 직접 느껴봤다.
아이온은 과거 PC방 순위 160주 연속 1위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을 세운 엔씨의 효자 IP다. 아이온2는 최근 ‘쓰론앤리버티’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MMORPG 경쟁력을 확인한 엔씨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야심차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아이온2는 원작의 분위기와 사운드를 최대한 계승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면에서 게임의 첫 인상은 완벽했다. 20여년전 호평을 받았던 그래픽과 비행 시스템은 언리얼 엔진5를 만나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기에 IP 특유의 아름답고 웅장한 BGM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사운드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톱 티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많은 변화를 줬다. 우선 레벨디자인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높은 경험치 테이블을 요구해 최고 레벨까지의 육성이 상당히 고달팠던 원작과 다르게 메인 퀘스트만 따라가면 되는 수준이다. 기자 역시 하루도 되지 않아 45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육성의 재미도 잘 살렸다. 일반, 고급, 희귀, 유일, 영웅의 5가지 아이템 등급이 존재한다. 이중 유저들이 주력으로 사용하게 되는 유일 이상 등급 아이템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던전에서 얻지 못해도 천장시스템이 존재해 결국엔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를 맞출 수 있게 설계됐다.
전투는 ‘후판정’ 시스템을 도입해 액션성을 강화했다. 아이온2에서는 이용자를 공격하는 몬스터의 공격이 캐릭터의 몸에 닿아야 데미지를 입는다. 따라서 선판정이던 전작 보다 유저의 피지컬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원작의 묘미였던 ‘천족’과 ‘마족’의 대립 구도도 한층 더 정교해졌다. 각 종족별로 서버를 분리해 세력 규모가 비슷한 천족과 마족 서버를 2개월마다 매칭하는 방식이다. 매칭된 서버끼리는 시공의 균열, 어비스 등에서 적으로 만나게 된다. 구도가 무너지고 유저들이 떠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숙제를 늘리기보다 이용자들의 즐길거리를 위해 마련된 다양한 콘텐츠도 눈에 띈다. 필드 사냥을 비롯해 총 6개의 던전(원정)이 존재한다. 또 다양한 육성 재화를 획득하기 위한 ‘일일 던전’, 영웅 아이템에 도전할 수 있는 ‘성역’, 여러 미니게임으로 구성된 ‘슈고 페스타’, 유저들끼리 실력을 겨루는 ‘투기장’ 등이 존재한다. 또 ‘악몽’, ‘각성전’, ‘토벌전’ 등의 콘텐츠도 존재한다.
사업모델도 파격적이다. 그동안 국내 MMORPG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개인 간 거래가 부활했고 게임 내 재화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소’도 존재하며 이 역시 인게임 재화인 ‘키나’를 활용해 거래한다. 이외에는 패스류와 스킨류 아이템이 전부다. 던전 보상 아이템을 잠시 판매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이조차 삭제됐다.
게임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으나 빈약한 서사와 생각보다 낮은 자유도는 아쉬웠다. 최근 아이온2가 큰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원작 팬들의 영향력도 컸다. 이에 아이온 1편의 내러티브를 더 정교하게 계승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도의 경우 전작에선 레벨이 낮아도 어비스에 입장해 사냥이나 채집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온2는 어비스나 던전 입장 조건에 레벨은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전투력’도 요구한다. 게임 구조상 앞으로도 아름답게 구현된 아이온의 세계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활용되는 재미를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직접 플레이해본 아이온2는 MMORPG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성장 등 진입 장벽은 낮추되 정교한 후판정 전투 시스템과 다양한 콘텐츠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이다. 다른 무엇보다 국민 MMORPG라 불렸던 원작을 완벽하게 진화시켰다는 점과 이용자들의 의견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하고 신속하게 대처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파이낸셜투데이 최형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