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본 킥스 비율 -12.9%로 업계 최하위…건전성 개선 시급
금융위 “비계량평가만 문제 아냐”…증자 계획 구체성 없어 우려
한국금융지주 실사 본격화 중 제동…기업가치 평가 타격 불가피
JKL파트너스, 2개월 내 경영개선계획 제출…유상증자 여부 주목

사진=롯데손해보험
사진=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권고’를 받으면서 매각 절차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앞으로 2개월 내 재무건전성 개선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주주 JKL파트너스가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에 나설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대해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의결했다. 적기시정조치에는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이 있으며, 경영개선권고는 그중 가장 낮은 단계다.

롯데손보는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지난해 6월 말 기준) 결과 종합 3등급, 자본적정성 부문 4등급으로 경영개선권고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2개월 내 자산 처분, 비용 감축, 조직운영 개선 등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경영개선계획이 금융위에서 승인되면 계획에 따라 1년간 개선 작업을 하게 된다. 롯데손보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이 금융위 승인을 받지 못하면 규정상 다음 단계인 ‘경영개선요구’가 부과된다.

◆롯데손보 “비계량평가로 조치받은 첫 사례”

롯데손보는 이번 조치가 비계량평가에 치우쳤다고 반박했다. 롯데손보는 “계량평가 등급이 3등급(보통)으로 양호한 수준이나, 평가자의 주관이 반영된 비계량평가가 4등급으로 경영개선권고 부과가 됐다”며 “비계량평가로 금융사에 경영개선권고가 부과된 것은 경영실태평가 도입 이래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990억원으로 전년 동기(697억원) 대비 42% 증가했다”며 “3분기 말 기준 건전성 지표인 새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141.6%로 킥스 비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계량평가도 3등급이고, 이도 좋지 않은 것”이라며 “비계량적인 측면에서 회사의 자본 적정성 관리 체계도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완전히 건전한데 비계량만으로 조치를 내렸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고, 적기시정조치를 이미 한 차례 유예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2020년 말 경영실태평가 종합 4등급을 받아 2021년 9월 적기시정조치를 한 차례 유예받은 바 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 업계 최하위권

킥스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동엽 과장은 “경영실태평가는 킥스 비율뿐만 아니라 기본자본이라든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사적인 대응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롯데손보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업계 최하위권인 데다 손보업권 평균 대비 낮은 지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롯데손보의 올 6월 말 기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12.9%로 손해보험업계 평균(106.8%)과 비교해 낮은 수치다. 기본자본 K-ICS 비율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제외한 순수 자본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당국은 유상증자가 가장 직접적인 개선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 JKL파트너스가 제출한 자본확충 계획에는 구체적인 증자 규모나 일정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장은 “단기간 적기시정조치 사유가 해소되는 방안은 통상의 경우 증자”라며 “롯데손보 측이 증자 계획을 제출하긴 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있었다”고 말했다.

◆매각 절차 차질 불가피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현재 추진 중인 매각 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건전성 이슈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은 앞으로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하므로 매수자로서는 리스크가 있다. 인수자금 외에도 건전성 정상화를 위한 후속 증자, 부실자산 정리 등 재무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2019년 JKL파트너스가 롯데그룹으로부터 약 7300억원에 인수한 후, 2023년부터 매각 절차를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한국금융지주가 딜로이트안진을 회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에 착수하는 등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경영개선권고 조치로 매각 협상 과정에서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기본자본비율의 경우 구체적인 제도 시행방안과 규제 수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제도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제도 확정 이후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라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결과가 통지되는 대로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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