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3분기 주식 성적표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형주 상승세에 힘입어 일부 총수들은 수조 원대 자산 증가를 경험했지만, 엔터·게임 분야에 집중한 총수들은 수천억 원이 증발했다.
한국CXO연구소가 1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에 따르면,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 총수 45명의 6월 말 기준 보유 주식평가액은 74조289억 원이었으며 9월 말에는 78조3004억 원으로 4조27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은 5.8%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별로는 희비가 교차했다. 조사 대상 중 21명은 주식재산이 증가했으나 24명은 하락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3개월 만에 주식 가치 3조7222억 원 급증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이 회장의 주식 재산은 6월 말 15조2537억 원에서 9월 말 18조9760억 원으로 3조7222억 원 늘었다. 증가율은 24.4%. 국내 대기업 총수 중 단일 분기 주식재산 증가액으로는 압도적 1위다. 삼성전자 주가가 3개월 새 20% 이상 오르며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 상승을 견인했다.
이용한 원익 회장은 증가율 부문에서 선두를 기록했다. 원익홀딩스 주가가 167% 급등하면서 이 회장의 지분가치는 1684억 원에서 3263억 원으로 93.8% 뛰었다. 원익QNC와 원익큐브 주가도 동반 상승하며 전체 지분가치가 1580억 원 늘었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도 파라다이스 주가가 38% 오르며 지분가치가 1380억 원 증가했다.
20% 이상 지분가치가 오른 총수도 다수 확인됐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1조8201억 원에서 2조2458억 원으로 23.4% 증가했고, 정몽진 KCC 회장은 단일 종목 보유임에도 지분가치가 23.1% 상승해 6824억 원으로 늘었다.
이우현 OCI 회장은 975억 원에서 1183억 원으로 21.1% 올라 1000억 원 클럽에 재진입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HD현대 주가 강세에 힘입어 2조7209억 원에서 3조2651억 원으로 20% 증가했다.
◆하이브 방시혁·크래프톤 장병규 ‘울상’…3분기 엔터·게임 주가 부진
반대로 주식가치가 많이 줄어든 총수도 속출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3개월 새 지분가치가 5655억 원 줄며 3조4982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하이브 주가는 같은 기간 14% 이상 떨어졌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주식재산이 5550억 원 감소해 2조3028억 원으로 축소됐다. 이외에도 정몽규 HDC 회장(-24.6%), 이순형 세아 회장(-23.1%), 김홍국 하림 회장(-22.9%), 박정원 두산 회장(-17.1%) 등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총 보유액 기준으로는 이재용 회장이 독보적이다. 9월 말 기준 18조9760억 원으로 2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11조1255억 원), 3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6조2828억 원)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4조8336억 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3조4982억 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3조2651억 원)이 뒤를 이었다.
CXO연구소 조사 결과 9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 총수는 16명으로 집계됐다. 이재현 CJ 회장(2조2991억 원), 조현준 효성 회장(2조2458억 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1조9676억 원), 구광모 LG 회장(1조8069억 원), 이해진 네이버 의장(1조6458억 원), 방준혁 넷마블 의장(1조2790억 원),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자(1조2135억 원) 등이 포함됐다.
한편,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그룹 총수가 아니어서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9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 11조942억 원으로 이재용 회장에 이어 국내 2위 주식 부자로 집계됐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조사 대상 총수들이 보유한 140여 개 종목 중 약 60%는 3분기에 주가가 하락했다”며 “4분기엔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어느 정도로 많아질 수 있을 지 여부와 함께 이재용 회장의 주식 재산이 언제 20조 원을 돌파할 것인지와 이건희 선대 회장이 기록한 국내 역대 최고 주식평가액인 22조 원 수준도 올해 중에 넘어설 수 있을 지도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