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관광객 비자 면제, 한시적 시행
호텔신라, 위탁 운영 호텔 늘리며 대응나서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에 영업이익 개선 기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날인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날인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텔신라가 중국인 단체관광객 비자 면제 정책으로 주력인 면세사업에서 기회를 잡게 됐다. 이전부터 추진해온 위탁운영 호텔의 추가 오픈까지 맞물려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다음해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간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이른바 ‘중국인 단체관광객 비자 면제’ 정책은 방한 관광 활성화 정책으로 정부는 중국 관광객 100만명 정도가 더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游客)은 면세업계의 큰 손이다. 면세업계는 유커 맞춤형 관광과 쇼핑을 주도하며 막대한 실적을 내왔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는 한 때 ‘황금알을 낳는 업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다만 한중 관계 악화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도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여행과 소비 행태가 변화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여행 트렌드가 단체에서 개인·소규모로 바뀌었고 쇼핑 트렌드도 면세점에서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옮겨갔다.

그럼에도 면세업계는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단체관광객,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등의 단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고 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단순 쇼핑보다 문화 체험을 원하는 수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체험 클래스나 K팝 공연과 연계한 K컬처 관련 상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팝 팬 미팅 중심의 대형 단체 고객 유치, 일일 투어 연계 상품 개발이 대표적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확대는 호텔신라의 주력사업인 면세사업 경쟁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호텔신라 매출의 80% 이상은 면세(TR) 부문에서 발생한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63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면세 부문이 되살아난다면 자연스럽게 실적이 향상될 수 있다.

하나증권 서현정 연구원은 “면세와 호텔 모두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 허용으로 모멘텀(동력)이 기대되는 시점”이라며 “특히 호텔신라 면세점은 여행사와의 유리한 네트워크 기반 늘어나는 수요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 날인 29일, 인천항에 첫 기항한 7만7000톤급 대형 크루즈 중국 선사 톈진동방국제크루즈의 ‘드림호’ 승선객들이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찾았다. 사진=신라면세점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 날인 29일, 인천항에 첫 기항한 7만7000톤급 대형 크루즈 중국 선사 톈진동방국제크루즈의 ‘드림호’ 승선객들이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찾았다. 사진=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홍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전날 인천항에 첫 기항한 7만7000톤급 대형 크루즈선 ‘드림호’(톈진동방국제크루즈 소속) 승선객들은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신라면세점을 방문했다. 신라면세점은 이들을 위해 꽃다발 증정식을 마련하고 사은품과 인기 화장품 최대 60% 할인 행사, 멤버십 골드 등급 혜택을 제공하는 ‘골드 패스’를 선보이며 환영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신라면세점은 중국내 팬층이 두터운 배우 박형식을 전속 모델로 발탁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호텔신라가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철수 결정으로 영업이익이 향상될 가능성도 크다.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DF1 권역에서 다음해 3월 17일까지만 영업한다.

호텔신라는 “과도한 적자로 지속운영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적다고 판단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증권가는 이번 결정으로 다음해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약 700억~800억원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가 일회성 위약금 약 1900억원을 냈으나 연간 영업이익 개선 수준을 봤을 때 DF1 권역 영업중단은 실적 개선측면에서 호텔신라에 긍정적”이라고 봤다.

호텔신라가 7월 오픈한 '신라모노그램 강릉' 조감도. 사진=호텔신라
호텔신라가 7월 오픈한 '신라모노그램 강릉' 조감도. 사진=호텔신라

그간 호텔신라가 육성해온 호텔·레저 부문도 중국 단체관광객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부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신라는 올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국내외 위탁운영 호텔을 5곳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인바운드 관광객이 증가세를 보이자 호텔신라는 부동산을 직접 경영하기보다 부담이 적은 위탁 운영방식을 택해왔다.

호텔신라가 국내에서 선보일 호텔로는 ▲신라스테이 세종 ▲신라모노그램 부산 ▲신라모노그램 남해 등이 있다. 해외에는 ▲신라모노그램 시안 ▲신라스테이 옌청이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초 주주총회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수익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세 부문은 최근 오픈한 인천공항점의 조기 안정화와 시내점, 온라인, 국내외 공항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호텔·레저 부문은 호텔 위탁운영 사업 및 브랜드 활용 사업을 확대해 매출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레블 리테일(여행소매) 부분의 수익 정상화에 대해서 “여행객의 변화하는 수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의 선제적 유치를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겠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하된 면세 쇼핑에 대한 고객 관심과 매력도를 제고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MD(상품기획)와 마케팅, 영업 등 전 프로세스를 개선해 채널별 타깃 고객에게 자원을 집중하고 내실 경영을 중심으로 손익구조 혁신을 통해 수익력을 정상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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