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신임 회장 체제…1조 원 유상증자 재추진 기대감 고조

사진=KDB생명
사진=KDB생명

KDB생명이 모회사인 한국산업은행의 새 경영진 체제 출범을 계기로 지연된 경영 정상화와 매각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미뤄져 온 유상증자가 진행된다면 자본건전성 개선과 함께 매각 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일 오후 박상진 전 산업은행 준법감시인을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앞서 6월 강석훈 전 산업은행 회장이 물러난 지 3개월 만에 공석이 채워졌다.

이에 자회사 KDB생명에도 변화가 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모회사의 수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KDB생명의 자본조달 계획에도 차질을 빚었다. 신임 회장 체제 출범으로 미뤄져 온 각종 현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재무제표상 자본잠식...1조 원 유상증자 발표

KDB생명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매각을 진행했으나 불안정한 재무 상태가 발목을 잡으며 실패했다. 여기에 칸서스자산운용과 조성한 사모펀드의 기한 만료와 맞물리며 산업은행은 올 3월 KDB생명을 정식 자회사로 편입했다. 자본 안정화를 거쳐 매각 가치를 높인 뒤 재매각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올 상반기 KDB생명은 금리 인하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다. 보험금 지급 증가와 환율상승에 따른 투자손실 폭이 커지면서 1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올 상반기 자본총계는 -12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돼 순자산이 0보다 작은 상태)에 빠지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에 5월 산업은행은 재무 실사를 통해 3년에 걸쳐 1조 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으나, 모회사 경영진 공백으로 유상증자 계획은 지지부진하다.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지난해 말 158.24%에서 올 상반기 176.64%로 증가했다. 이는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보일 수 있으나, 금융당국의 경과조치 적용 전 비율은 52.99%에서 43.31%로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에선 박상진 신임 회장 체제가 안정화되면 KDB생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로드맵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1조 원 규모의 자본조달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자본건전성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산업은행과 재무 상황을 긴밀하게 공유하고 있지만,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내정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으로 모회사가 KDB생명 현안까지 챙기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KDB생명, 제3보험 중심 체질개선…경영 정상화 가속

KDB생명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높은 수익성을 나타내는 제3보험을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있다.

3월 부임한 김병철 수석부사장 주도로 제3보험 전담 조직을 구성한 상황으로, 상품, 영업조직, 마케팅, 언더라이팅, 시스템 등 부서별 현황을 분석해 개선 과제도 도출했다.

아울러 KDB생명은 경영 핵심 부문인 재무전략그룹장에 정진택 전무를 선임한 데 이어 마케팅부문장, 전속채널실장, IT부문장, 자산운용부문장 등을 신규 선임했다.

또한, 이달 초 상품전략부문장에 곽광오 상무를 외부에서 영입하기도 했다. KDB생명은 제3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삼아 건전성과 수익성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곽광오 상무는 외부 인사로, KDB생명이 주력하고 있는 제3보험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