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삼목빌딩 앞에서 삼목에스폼 소액주주연대와 한투연이 시위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목에스폼 주주연대
지난해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삼목빌딩 앞에서 삼목에스폼 소액주주연대와 한투연이 시위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목에스폼 주주연대

알루미늄 거푸집 1위 코스닥 상장사 삼목에스폼(018310)의 김준년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9.52%의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표면적으로 책임경영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김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불만을 품어온 소액주주들의 반발 기류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삼목에스폼 주가는 공개매수 효과로 8일 9시 15분 장중 기준 전일 대비 15% 이상 상승해 2만2550원선에 거래돼 시가총액 3322억원 내외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목에스폼의 최대주주인 에스폼과 주요 주주 에스브이씨는 8일부터 29일까지 22일간 주당 2만2800원에 삼목에스폼 보통주 140만 주를 공개매수한다.

매수 주관사는 NH투자증권으로, 5일 종가(1만9500원) 대비 17%가량 높은 가격이다. 총 투입 규모는 319억2000만 원으로, 이 가운데 에스브이씨가 30만8000 주를 우선 매수하고 잔여 물량은 에스폼이 인수한다. 응모 수량이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전량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자금 조달은 대부분 자기자금으로 충당하지만, 에스브이씨는 김 회장으로부터 39억8000만 원을 연 4.6% 금리로 차입해 공개매수에 투입한다. 김 회장이 계열사인 에스브이씨를 통해 사실상 우회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셈이다.

최대주주인 에스폼은 삼목에스폼 지분 38.43%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준년 회장(12.75%), 에스브이씨(1.94%) 등이 특수관계자로 묶여 있다. 이번 공개매수로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최대 76.52%까지 높아진다. 김 회장 측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신속·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해 사업 경쟁력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주주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삼목에스폼이 업계 1위임에도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특히 배당 성향이 낮아 주주환원이 미흡하다는 점,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경영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쌓여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대신 대주주 지분 방어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소액주주 이익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목에스폼은 건축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알루미늄 거푸집을 생산하는 업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703억 원, 영업이익은 약 16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4019억 원, 영업이익 75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건설 경기 둔화 속에서도 해외 수출 증가와 단가 인상 덕분에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공개매수신고서에는 ‘경영권 안정’이 공개매수 목적임이 명시돼 있다. 일각에선 외부 주주가 지분 확대에 나서거나 행동주의 펀드가 진입할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영권 방어 성격이 분명해진 만큼, 향후 소액주주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는 지난해 소액주주연대를 상대로 두 차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단기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큰 과제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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