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는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선·가지급 비조치의견서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홈플러스전단채피해대책위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는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선·가지급 비조치의견서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홈플러스전단채피해대책위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ABSTB) 사태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고레버리지 구조(자기자본보다 훨씬 많은 차입금을 끌어다 쓰는)문제로 확산되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비조치의견서 배포와 긴급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자들은 금감원의 소극적 태도가 금융사들의 배상 참여를 가로막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MBK의 책임 회피만 가능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9일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앞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과도한 차입을 구조화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단채 발행을 동원했다”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는 안정적 상품으로 홍보됐지만 실제로는 유동성 확보용 단기 차입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청원서와 회견문을 통해 “현재 발행된 전단채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달하며, 피해자들이 떠안은 손실 가능성 역시 막대하다”며 “생활자금과 노후자금을 투자한 서민들이 다수 포함돼 피해 충격은 일반 금융사고와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금감원, MBK 본사 현장조사 이어 재조사 계획

이들은 특히 금감원의 비조치의견서 배포를 핵심 대책으로 꼽았다. 비대위는 “금감원이 비조치의견서를 조속히 배포하지 않는 한, 금융기관들은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피해자 구제에 나서지 않는다”며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가 자발적 배상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국이 늑장 대응을 지속하면 피해는 서민 투자자에게 집중되고, MBK는 구조적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27일 MBK파트너스 본사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지난 4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인수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경영진 등을 검찰에 통보한 지 4개월 만에 진행됐다. 이어 홈플러스 인수·운영 과정과 출자자(LP) 모집, 차입매수(LBO) 자금 조달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전면적으로 재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조사는 이복현 원장에 이어 새 금감원장으로 선임된 이찬진 금감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MBK파트너스에 대해 과거 “서민에게 큰 피해를 주는 악덕 투기자본”으로 평가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긴급 자금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수천억 원대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다수 피해자들은 이미 생계가 막막하다”며 “당국은 아직 구체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피해자 생활안정을 위한 단기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전단채는 사실상 기업어음(CP)과 유사한 단기 조달 수단임에도, 판매 과정에서 안정성이 강조되며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유입됐다.

◆홈플러스 전단채 비대위 “사모펀드 구조조정 관행이 빚어낸 사회적 사건”

그동안 홈플러스는 매출 둔화와 유동성 악화로 상환능력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홈플러스 전단채 비대위는 “MBK가 홈플러스에 씌운 과도한 부채 족쇄가 결국 투자자 피해로 귀결됐다”며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유통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사모펀드 구조조정 관행이 빚어낸 사회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피해자 청원 및 의견서를 검토 중이나, 배포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왕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대위 위원장은 “금감원에서 선제적으로 비조치의견서를 각 금융사에 제공하는 것은 법적 타당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현실적이고 정당한 대응”이라며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앞으로 국민청원과 국회청원 등을 이어가며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비대위는 “MBK는 더 이상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직접적인 구제에 나서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부도에 따른 투자 손실이 아니라, 사기성 유동화 구조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제기되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증권업계 전반의 신뢰도 또한 심각하게 훼손”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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