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 ‘자큐보정’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
개발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 R&D 성과
제일약품이 그간 공격적인 투자가 주가와 실적의 공동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신약 ‘자큐보정’과 이를 개발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이하 온코닉)의 성과 덕분이다. 신약개발 성과에 고무된 제일약품은 앞으로도 R&D(연구·개발)에 따른 매출 확대를 노린다는 목표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의 2025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630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거뒀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은 회복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적자 22억원이 올해 1분기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순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제일약품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6억원을 달성했다.
1분기 매출 내 제품 비중이 대폭 높아진 것도 주목된다. 제일약품의 1분기 매출 내 제품 비중은 36.43%로 지난해(28.1%)보다 향상됐다. 매출 내 제품 비중은 제일약품이 직접 개발·제조한 의약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며 자사 의약품의 수익 기여도를 볼 수 있는 지표다.
그간 제일약품은 글로벌 빅파마(해외 대형제약사)의 의약품을 공동판매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대표적인 상품은 화이자의 리피토정·리리카·쎄레브렉스으로 제일약품은 이 제품의 유통과 아마케팅을 펼쳐왔다.
다만 공동판매는 외형성장인 매출 확대와는 달리 내실인 수익성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로벌 빅파마의 입김을 크게 받아 수익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일약품도 이를 인지해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외부 상품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에 맞춰 자체 제품의 개발에 힘쓴 것이다. 제일약품은 최근 몇 년간 위장관 질환, 항암제, 중추신경계(CNS) 등으로 자체 개발과 공동개발 전략에 나섰다. 2020년부터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 투자 비율을 5%대로 늘려왔다.
그 성과가 자회사 온코닉이 개발한 신약 ‘자큐보’다.
자큐보는 온코닉이 자체개발해 국내에서 3번째로 허가받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이다. 자큐보는 투여 1시간 내에 약효가 시작되고 긴 지속 시간으로 야간 속쓰림 완화에 효과가 크다. 식사 시간과 무관하게 복용 가능해 기존의 PPI(Proton pump inhibitors) 약품보다 더욱 향상됐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후 가파르게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자큐보정은 지난해 4분기 33억원, 올 1분기 67억원의 처방이 되면서 6개월만에 누적 처방 100억원을 달성했다.
자큐보는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궤양 치료제로도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으면서 치료 영역이 확장됐다.
자큐보를 개발한 온코닉도 주목받고 있다. 온코닉은 2020년 제일약품이 100% 지분을 소유한 저분자화합물 기반 신약연구개발 전문회사로 시작했다. 온코닉은 제일약품으로부터 자스타프라잔(자큐보), PARP/TNKS 이중저해제 ‘네수파립(nesuparib, JPI-547)’ 등을 들여왔으며 설립 4년 후에는 자큐보정의 시판허가를 이끌었다.
온코닉은 자큐보의 성과에 따라 지난해 11월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온코닉의 사례는 해외 기술수출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바이오기업과 달리 상장 전 신약 허가 와 상업화를 직접 성공하며 자체 신약으로 수익 창출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해외에서 성과도 점차 나고 있다. 온코닉은 2023년 3월 중국 리브존 파마슈티컬 그룹과 자큐보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온코닉은 리브존에 자큐보 합성과 관련된 생산기술이전을 완료하면서 추가적으로 22억원이란 수익을 냈다. 또 북유럽 5개국을 비롯해 인도, 멕시코 등 26개국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온코닉은 추가 임상을 통해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온코닉은 위궤양 치료 외에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유발 위궤양 예방을 위한 적응증 확대 임상을 진행 중이다. 목넘김에 어려움이 있는 고령층 환자 비중이 큰 역류성 위식도 질환 특성상 물 없이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 복약 편의성을 높인 구강붕해정(ODT) 제형의 허가 심사도 진행 중이다.
제일약품의 실적 향상은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24일 기준 제일약품의 주가는 1만6250원으로 박스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이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나서면서 신약과 수익성 향상을 이끌어 냈다”라며 “온코닉이 추가로 R&D에 나서고 있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