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정비 수주액 14.7조원…작년 절반 돌파
사업지별 온도차는 ‘뚜렷’…일부 지역은 ‘시공사 모시기’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이 14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사업지별 옥석가리기 현상이 극명해지고 있다. 핵심 입지에선 과열 경쟁 양상까지 나타나는 반면, 일부 사업지는 반복된 유찰 속에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시평 기준 상위 10곳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누적 수주액은 14조71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 27조8702억원의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이같은 수주 열기 속에서 주요 사업지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물밑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올해 최대어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주전 예열에 돌입한 상태다.
압구정2구역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 9·11·12차 3개 단지 규모로, 재건축을 통해 총 2571가구(임대주택 321가구) 대단지로 탈바꿈된다. 사업비는 2조4000억원으로, 조합은 내달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압구정역 인근에 ‘압구정 S.라운지(Lounge)’를 오픈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넥스트홈, 층간소음 저감 등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법무법인을 선임해 ‘압구정 현대’ 상표권 출원 절차를 진행하는 등 홍보전을 진행 중이다.
총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용산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역시 대형건설사 간 경쟁이 한창이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로, 양사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조합원 표심잡기에 나섰다.
서울 성수동에서도 치열한 수주전이 예고됐다. 총 4개 지구로 나눠 추진되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사업은 성수동1가 일원에 총 55개 동, 9428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GS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사들이 관심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반면 일부 사업지들은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된 데다, 핵심 사업지들의 시공사 선정 일정이 비슷한 시기에 몰리며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1·2·3차와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는 각각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잠실우성 재건축사업은 1조6934억원,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은 1조5319억원 규모로, 두 곳 모두 강남권 대단지란 점에서 경쟁 수주 기대감이 컸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밖에 1조7500억원 규모의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 사업에는 DL이앤씨가 단독 응찰했고, 서초구 방배신삼호 재건축은 HDC현대산업개발만 입찰해 유찰됐다. 향후 이들 사업지 시공권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가 수의계약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소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