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논란 불구 주가 급등…현대차 시총 바짝 추격
방산 수출 호조에 실적 급증…증권가 목표주가 줄상향
글로벌 군비 확장 수혜주…K9·천무 등 신규 수주 기대감 확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당국의 잇따른 유증 제동에도 불구하고 주가와 실적 모두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현대차의 시가총액 5위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기습적인 유상증자 결정의 여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장 마감 후 3조6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는 ‘주주 돈으로 승계를 한다’는 시장의 비판에 휩싸이며 주가가 60만3000원까지 하락했다. 발표 전 전고점은 78만원이었다.
한화그룹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유증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미래비전 자료를 공개했으며, 승계와 유상증자의 관련성 의혹에 적극 해명했다. 또한 지난 8일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 3개사가 제3자 배정받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18일 이사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유증 참여를 최종 결정했다.
소액주주에게는 15% 할인된 가격에, 그룹사에는 할인 없는 시가로 신주를 배정하는 등 증자 가격 차별화를 통해 그룹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로써 ‘1조3000억원의 매각대금이 대주주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원천 해소됐다.
주가는 빠르게 회복됐다. 한화에어로 주가(종가 기준)는 유상증자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62만8000원까지 하락했다가, 유증 축소를 발표한 4월 8일 69만8000원으로 반등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 21일에는 83만500원을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85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한화에어로의 시가총액은 28조5794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1위였다. 그러나 이달 3일 31조7701억원으로 9위에 올랐고, 10~11일 이틀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7위까지 상승했다. 21일 장 마감 기준 한화에어로 시총은 37조8324억원으로 6위에 올랐다. 시총 5위인 현대차(39조2237억원)와는 단 1조3913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연초 현대차 시총은 44조3962억원, 한화에어로는 14조5404억원으로 3배 가까운 차이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불과 4개월 만에 시총 역전을 바라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에어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를 방산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으며 목표주가를 18일 종가 82만8000원보다 57% 높은 130만원으로 제시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계획과 함께 2028년까지 총 1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3조6000억원에 더해 미래 영업현금흐름과 차입금 등을 포함한 금액”이라며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무기체계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방산 내부 조달 니즈 역시 늘어나고 있어 현지 거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선제적인 거점 확보를 통해 미래 수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5141억원, 영업이익 568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80.5%, 3103.7% 증가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를 각각 15.2%, 13.2% 상회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 67만원에서 94만원으로 대폭 상향했으며, 교보증권도 기존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조정하고 실적 추정치도 상향했다.
수주 측면에서도 전망이 밝다. 한화에어로는 연초부터 폴란드, 루마니아 등 군비 확장 중인 유럽 국가들과 잇따라 수주를 체결하며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또한 인도, 베트남, 이집트, 에스토니아, 중동 등 여러 지역에서 K9·천무·레드백·탄약 등에 관심을 보이며 신규 수주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방산주인 한화에어로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과 미국의 방위비 인상 압박, 이에 따른 유럽 주요국들의 방위비 증액 발표 등 호재도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방산 부문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훨훨 날고 있다”며 “K9, 천무, 레드백의 추가 수출이 앞으로 매출 증가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