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거래일 연속 주가 17.23%, 19.94%씩 급등...'관세전쟁이 호재' 부각
주가상승 동시에 자기CB 매각...사모펀드에 22% 평가수익률 안겨줘
12회차 CB 기전환 물량 포함 1000억 규모 ‘오버행’...FI 손익분기점은 6만8048원
“관세전쟁 영향은 불확실성의 영역...희망회로 돌려도 오버행 극복은 별개”
엔켐이 미·중 관세전쟁 관련 호재성 이슈를 띄움과 동시에 자사 전환사채(CB)를 제3자에게 매각함으로써 사실상 시세차익을 안겨줘 논란이 일고 있다. 매도 대상인 엔켐의 12회차 CB는 당초 전환가액이 시가보다 높아 차익실현이 어려웠으나, 최근 호재성 이슈와 함께 주가가 급등해 차익실현 가능 구간에 진입했다.
이번 엔켐의 CB 재매각에 더해 전환이 이미 완료된 막대한 규모의 12회차 CB물량의 경우도 일제히 매도차익실현이 가능해짐에 따라 12회차 CB 재무적투자자(FI)의 손익분기점까지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켐은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19.94% 상승한 8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거래일 17.23% 주가상승에 이은 2거래일 연속 주가 급등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엔켐이 미·중 관세전쟁 관련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엔켐 역시 전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중국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경쟁사 악재에 따른 엔켐의 상대적 우위를 강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엔켐의 주가는 관세전쟁 관련 이슈가 부각되기 전인 이틀전 종가 기준 5만8600원에 불과했다. 12회차 CB의 전환가액은 6만8048원으로 평가손실률이 14%에 달했다.
호재성 이슈를 통해 엔켐 주가는 2거래일만에 14% 수준의 평가손실에서 이날 종가 기준 약 22%의 평가수익률로 전환한 셈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엔켐이 보도자료를 통해 호재성 이슈를 부각한 전일,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12회차 CB중 권면 100억원 물량을 플루토스 G1호 신기술조합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주가상승을 전제로 차익실현이 가능한 물량을 제3자에 매각함으로써 편익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B의 재매각 거래의 경우 인수자를 이전부터 물색하게 될텐데, 매각딜 성사와 같은날 주가가 급등하며 매도가능 구간에 진입한 것은 사전에 합의가 된 부분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자본시장에서 이해관계자간 차익이 확실시되는 CB를 넘기는 방식의 거래가 적지 않고, 표면이 아닌 이면에서 어떤 대가가 오고가는지 실체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구조”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전환된 12회차 CB의 막대한 매도대기 물량이다. 이번에 재매각된 100억원에 앞서 880억원 규모의 물량이 이미 주식전환된 상태다. 별도의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 및 상장대기까지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언제라도 즉각 장내매도가 가능한 셈이다.
사실상 12회차 CB의 전환가(6만8048원)를 기준으로 1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준의 오버행 물량이 발생함에 따라 주가 하방압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전환된 12회차 CB는 다수의 사모펀드가 분점해 인수했으며, 엔켐과의 구체적인 이해관계는 불투명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전쟁의 여파로 엔켐의 경쟁력이 상승할지 여부는 불확실성의 영역이며, 희망회로를 돌려 장기적으로 밸류업을 전제하더라도 막대한 규모의 오버행 물량을 극복하면서까지 주가가 고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FI 손익분기점(6만8048원) 이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쌓인채 FI 엑시트로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