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규모 3회차 CB...금리 0%에 리픽싱無 할증발행
“순수 투자관점에서는 밸류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 반영”
의문은 실적난...지난해 매출 42% 급감에 주가 ‘반토막’
“최대주주 유증 셀프납입에 포함해 밸류업 긍정 전망” 관측도

모바일 기기의 스타일러스 기술 전문개발 기업 하이딥이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을 기준으로 전환사채(CB) 발행을 앞두게 됐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가 최소 20%는 올라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하이딥 밸류업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투자유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이딥은 지난해 실적에서 큰 폭의 매출하락을 보이며 주가가 1년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하이딥은 이날 권면 100억원 규모의 3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가액은 734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기준주가의 120%에 해당하는 할증발행에 해당한다.

전환가액을 초과하는 시가 만큼 재무적투자자(FI) 측의 수익률 결정되는 CB 구조상, FI측은 시작부터 평가손실을 기록하는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원금이 보전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FI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하이딥 주가가 최소 734원을 넘어서야 한다.

할증발행의 특성상 리픽싱(시가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금리 또한 0%로 설정됐다. 납입일은 이달 10일이며, FI는 다수의 사모투자신탁으로 구성됐다.

CB 투자는 통상 이자수익과 주식전환에 따른 평가·처분차익을 동시에 노리게 되는데,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순수한 주가 베팅이 단행된 모습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발행사 초우위의 '무이자 할증발행'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밸류업 전망이 압도적이거나, 주가 부양을 달성하기 위한 이해관계 등이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리적이면서도 순수한 투자의 관점에서 할증발행은 기업의 압도적인 밸류업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원금보전이 가능한 보험적 특성을 바탕으로 할증 발행을 단순히 호재성 이슈로 활용하는 불순한 이해관계의 작용이 드러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딥은 지난해 실적에서 큰폭의 하락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한 풀 꺽인 상태다. 매출액은 예년(105억원) 대비 42.5% 급감한 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86억원, 90억원으로 예년과 평이한 수준의 적자가 지속되며 재무가 한층 더 악화했다.

유동자산 규모가 재작년 193억원에서 작년 99억원으로 100억원가량 축소됐는데, 90여억원 규모의 단기금융상품을 모두 유동화해 현금고갈은 피한 모습이다.

이같은 실적·재무 악화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하이딥은 코스닥 시장에서 614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1년전 대비 49.17%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가격이다.

반면, 밸류업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도 감지된다. 지난달 하이딥은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됐는데, 최대주주 및 임직원들이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인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영진이 직접 자사에 대한 투자에 나서 책임경영 및 밸류업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암시했다.

아울러 할증발행을 호재성 이슈로만 활용하는 경우에도 앞서 발행한 사채권의 엑시트를 위한 주가부양 목적이 많은데, 하이딥의 2회차 CB 미전환 물량은 지난달 모두 상환된 상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할증발행이 납득될 수준의 밸류업 관련 충분한 근거들이 발견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불순한 목적이 의심되는 이해관계가 특정되지 않는 가운데 최대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의 셀프 자금납입과 FI 측의 무이자 투자는 그 자체로 어떤 자신감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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