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환 BW 185억원 중 일부 신주인수권 행사 시작 ...FI 엑시트 초읽기
레인보우로보틱스와 MOU 체결 후 5거래일만에 주가 70% 폭등
MOU만으로 설명 어려워...투기세력 개입 및 조직적 매수 가능성 우려도
작년 3Q 현금 223억원 올인해 BW 400억 중 215억 상환...FI 엑시트 절실

최근 티로보틱스 주가가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업무협약(MOU) 이슈로 폭등한 가운데,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들의 신주인수권 행사가 시작되면서 주가상승 배경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침체된 코스닥 시장에서 단순한 MOU 체결만으로는 과도한 티로보틱스의 주가 상승폭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에서는 로봇 테마에 대한 과도한 기대 심리가 투기적 수요를 일정 정도 자극했을 것이라 보면서도, 투기세력의 개입 또는 조직적 매수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BW를 상환하기 어려운 티로보틱스의 재무적 상황과 차익실현을 원하는 BW 투자자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상황속에서 투자 과열속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티로보틱스는 전일 6회차 BW의 신주인수권 행사 사실을 공시했다. 행사규모는 권면 34억원이며 행사가액은 1만1734원이다. 신주발생 규모는 28만9754주로 현 상장주식총수(1817만2362주) 대비 1.59% 수준이다. 미행사 신주인수권 잔액은 151억원으로 전량 신주인수권 행사시 128만6858주(현주식총수의 7.08%)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신주인수권 행사로 6회차 BW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이날 티로보틱스의 종가(1만6200원)과 BW의 행사가액의 차액을 기준으로 무려 38.06%의 평가수익률이 추산된다.

이같은 FI의 막대한 평가차익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불어난 것이다. 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MOU 소식이 시장에 퍼지며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티로보틱스 주가는 지난 10일 종가 9560원에 불과했으나 차일(11일) MOU 체결 소식과 함께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이후로도 주가가 지속 상승해 17일 종가 기준 1만629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단 5거래일만에 주가가 70.39%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급격한 주가 상승에 대해 의구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MOU 체결을 명백한 호재성 이슈로 보더라도 70%에 육박하는 주가 상승폭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MOU는 티로보틱스가 물류자동화 로봇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수주계획이나 실질적 사업 성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만을 주가폭등의 근거로 보기엔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시장은 매우 침체된 상태로 막대한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매수세가 유입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하물며 MOU는 기업 펀더멘털 측면의 가시적 성과를 의미하지도 않는데,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해 과열을 초래했다는 것은 곧이 믿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티로보틱스의 과도한 주가상승에 투기세력의 개입 또는 조직적 매수 등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티로보틱스와 BW투자자간 직접적인 연계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부담스럽다면서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한 투자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무엇보다 티로보틱스가 처한 재무적 상황이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티로보틱스는 작년 12월 권면총액 400억원 규모의 6회차 BW중 권면 215억원을 상환했다. 작년 3분기말 회사의 보유 현금성 자산 규모가 223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유동성 대부분을 쏟아부어도 일부를 상환하는 것에 그친 셈이다.

BW투자자 입장에서도 자금이 고갈된 회사로부터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었다. 회사와 FI간 BW 엑시트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출구전략이 절실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와 FI의 이해관계, 직면한 상황 등이 작금의 주가폭등을 유발하는 의사결정으로 이어졌을 것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MOU 이슈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BW 엑시트가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해 과열 상황에서 올라탄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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