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3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2월 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506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 설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은 46.3%였다.

‘대선 양자 가상 대결’에서 이재명 대표는 김문수 장관, 오세훈 시장, 그리고 홍준표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50%를 넘겼다. 단지 한동훈 전 대표와의 가상 대결에서만 49.7%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이 대표가 주장한 중도 보수론이 여론의 호응을 얻은 결과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난 3월 6일 발표된 NBS 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월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두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며칠 사이에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성립되기 힘들다. 두 여론조사가 발표된 시기상의 차이가 크지 않고, 그 사이에 이 정도의 지지율 하락을 이끌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두 여론조사의 조사 방식의 차이에서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ARS 방식의 여론조사인 반면, NBS 조사는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인데, 이런 방식의 차이는,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RS 조사는 기계음에 대해 응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양 진영의 강성 지지층이 주로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기계음이 묻는 것에 대해, 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대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의 여론조사는, 사람이 묻는 방식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서상 전화를 ‘매정하게’ 끊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강성 지지층이 아니더라도 여론조사에 응하는 유권자들이 많을 수 있다. 이는 두 여론조사에서 잡히는 무당층의 비율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무당층 비율은 8.8%였던 반면, NBS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무당층은 18%였다.

여기서 NBS와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인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7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2025년 3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무당층 비율 역시 18%였다. 즉, ARS 방식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무당층 비율은,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인데, 이는 ARS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는 주로 진보·보수 양 진영의 강성 지지층이 응답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을 증명하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ARS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는, 양 진영중 어느 쪽이 더 결집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ARS 방식의 여론조사는 선거에 임박할수록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해당 ARS 조사에 참여한 응답층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반드시 투표장에 나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ARS 조사에서 50%에 육박하거나 50%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탄핵 심판 결정의 날이 다가옴에 따라 진보 진영도 결집하고 있으며, 진보 진영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설문에서 이재명 대표는 35%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NBS 조사에서 나타난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보다는 높지만,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이 대표의 지지율이 30% 초 중반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다.

여기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 관련한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윤 대통령이 석방된 것인데,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일반 국민들은 진보, 중도, 혹은 보수 가릴 것 없이, 피의자가 구속되면 죄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속이 안 되거나 석방되면 ‘무죄임이 판명됐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들의 시각에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고도 볼 수도 있다. ‘죄 없는 대통령’을 민주당이 몰아붙였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이 있다고 가정하면, 앞으로도 여론조사 결과가 수없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의 여론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그 추세를 파악하고 추세를 형성하게 된 원인에 대해 성찰하고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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