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급물살 타
오리온, 러 트레비 공장 통한 유럽 진출 계획
유안타 “종전 시 러시아 법인 수익성 개선”

러시아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오리온 '초코파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리온
러시아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오리온 '초코파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리온

오리온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된다면 유럽 진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의 주요 해외거점인 러시아 법인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유럽 수출이 확대된다면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9시간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갖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30일 휴전’을 추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를 조만간에 러시아에 보낼 것으로도 전망된다. 3개국이 합의를 이뤄낸다면 휴전에 이은 종전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이 가까워지면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종전에 따른 서방 국가의 러시아 시장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리온은 종전의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오리온은 러시아 내에서 전 세계 초코파이 판매량의 40%에 해당하는 16억개를 판매할 만큼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리온은 차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의 문화에 맞춰 1993년부터 러시아에 초코파이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잼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12종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현지의 높은 인기 덕분에 오리온 러시아 법인의 매출은 2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성장했다.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 공장과 트베리(Tver) 공장은 전쟁 중에도 가동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오리온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수혜주로 꼽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러시아 초코파이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확보한 오리온은 전쟁 이후 서유럽과 중동부 유럽으로의 수출 확대와 루블화 안정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손현정 연구원은 오리온이 주요 해외법인의 생산능력(CAPA)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성장세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오리온의 러시아 법인은 초코파이 수요 급증으로 2024년 4분기 가동률이 130%를 초과했고 연간 생산능력은 2000억원을 넘어 230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며 “2025년 3분기까지 생산라인을 30% 추가 증설하고 신규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증설이 완료되는 2025년 4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능력 확대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종전 시 오리온의 변화 시나리오.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종전 시 오리온의 변화 시나리오. 사진=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유안타증권은 오리온의 러시아 현지 법인이 성장의 추가 확장에 한계를 겪고 있으나 종전 시 경제 제재가 해소되고 소비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오리온이 서유럽 및 중동부 유럽으로의 수출 확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손현정 연구원은 “서유럽과 중동부 유럽은 오리온의 초코파이·비스킷 제품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선호가 입증된 시장이며 수출 재개가 곧바로 실적 확대와 연결될 전망”이라며 “서유럽 지역은 기존 내수 중심의 매출 구조를 수출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재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초콜릿 원료와 팜유 등 주요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변동성이 큰 환율로 인해 원가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며 “전쟁 종결로 환율이 안정화되면 원가 절감과 수익성 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전쟁으로 러시아 소비자들의 비필수 소비재 구매가 위축됐으나 종전 이후 소비 심리 회복과 가처분소득 증가가 예상돼 간식류 제품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종합적으로 볼 때 종전은 오리온 러시아 법인의 중장기적 성장과 실적 개선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초코파이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수출 확대, 원가 절감 효과, 내수 소비 회복이 결합되며 실적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할 중요한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당초 오리온은 러시아 법인을 통해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러시아 제재로 유럽과의 공급망을 끊겼다. 다만 종전이 이뤄진다면 K-푸드가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 지역을 대대적으로 노릴 수 있게 된다.

오리온도 해외 수출 증가에 대비해 물류망을 다시 다듬고 있다. 충북 진천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약 5만 6000평(약 18만5000㎡) 규모의 대규모 생산·물류 통합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2025년 착공 예정인 진천 물류센터는 생산부터 포장, 물류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여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생산능력 확대를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은 러시아 현지의 트베리 공장을 유럽 시장 공략 교두보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트베리 공장은 중앙아시아·중동·유럽·북아프리카 시장까지 확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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