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술특례상장하며 코스닥에 입성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매출 1억원도 채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978억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진행해 논란이다.
2021년부터 5년간 여섯 차례 유상증자와 한 차례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외부 자금을 조달하고, 260억원의 기업공개(IPO) 공모자금을 끌어쓴 데 이어 추가로 주주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최대주주인 장명호 사장은 배정 주식(78만7646주)의 50%에만 청약에 참여한다고 밝혀 지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 위협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운영자금 약 978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와 동시에 기존 주주에게 1주당 0.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1차 발행가액은 주당 8400원으로, 2차 발행가액 산정 후 둘 중 낮은 발행가로 유상증자 신주에 대한 확정 발행가가 내달 14일 공시될 예정이다. 구주주 청약일은 내달 19~20일 진행되고, 구주주 미청약 분에 대한 일반공모 청약일은 내달 24일부터 25일, 자금 납입일은 내달 27일이다. 이 과정을 거친 뒤에도 실권주가 발생하면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전량 인수한다.
기존 주주에게 1주당 0.2578384112주를 배정하고 신주인수권증서에 대한 청약을 거쳐 이에 대한 신주 1164만4800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여기에 무상증자 신주 568만796주가 추가 상장되면 이번 유·무증 후 6248만8766주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유·무상증자 후 현 주식수 대비 41% 물량 증가…주당 가치 희석 불가피
기존 상장 주식 수(4430만4799주) 대비 41% 가량 물량이 늘어나, 실질적인 주당 가치는 증자 전 1주보다 이만큼 희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유증을 두고 ▲경영권 악화 문제 ▲부실 경영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사업 특성상 기술이전 후 파트너사 역량과 제반 상황에 따라 임상 지연, 실패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실권주 발생 후 주관사 인수 시 주가에 치명적인 점 ▲지난해 매출 2400만원 수준으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가치가 우려되는 점 등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전임상 및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해 기술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완제품(시판 신약)을 생산하고 있지 않다.
회사가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이전에 의존한 사업을 영위한 결과, 최근 3년간 구체적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2023년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에 대한 기술수출액 47억원을 제외하고는 수출액은 ‘0’이다.
◆지난해 매출 1억 미만에 최근 3년간 1694억 규모 적자…주주에게 손 벌리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개별 기준) 매출 2428만원, 영업손실 481억원으로 매출은 99% 줄고, 영업손실은 2023년 533억원 적자에 이어 비슷한 수준의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을 보면 ▲2022년 680억원 ▲2023년 533억원 ▲지난해 481억원으로 총 1694억원에 이른다.
적자를 거듭한 결과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결손금은 2713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사측은 매출 급감 원인에 대해 “국내 의료환경의 어려움으로 인한 임상시험 진행 속도 감소로 매출 발생 요인인 기술이전이 지연됐다”고 전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2021년부터 최근 5년간 6차례 유상증자와 한 차례 전환사채 발행으로 외부자금 수혈에 집중해왔음에도 뚜렷한 재무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7번째 유상증자를 기존 주주를 상대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매년 거듭된 수백억원의 영업적자에도 사 측은 100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주주들에게 유치한 만큼,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무상증자라는 카드는 하나의 유인책으로 해석된다.
◆최대주주 장명호 사장, 유증 배정 물량 절반만 참여
이번 유상증자는 경영권 위협으로도 해석된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장명호 사장 보유 주식 305만4806주(6.76%) 포함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 수는 377만4575주(8.36%)에 불과하다.
장명호 사장은 본인 지분에 대한 신주인수권이 78만7646주 배정됐으며, 50%에 해당하는 39만3823주만 청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장 사장의 지분율은 6.07% 수준까지 낮아져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지분율이 내려갈 수 있다.
회사의 창업자마저 유증 참여를 100% 나서진 않은 상황에서 이번 유증을 기존 주주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해당 유증 발표 후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코스닥 시장에서 14일 오전 11시 58분 기준 시가총액 6699억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증권신고서상 기재된 장 사장의 유상증자 참여 물량은 아직 확정된 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