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모친 이명희 이마트 지분 전량 매수
증여아닌 매수 통해 기업가치 제고 의지 드러내
실적 반등에 주가 상승세…“상반기 밸류업 발표 앞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룹 지배력 확보와 기업 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식 매수에 나섰다. 주가부양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그간 기업가치 저평가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과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의 거래계획보고서를 지난 10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다음달 10일부터 오는 3월 11일까지 30거래일간 시간외거래를 통해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10.0%)를 매수한다. 매입 규모는 주당 7만6800원씩 총액 2140억8600여억원에 이른다.
지분 매입이 완료되면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보유 지분은 18.56%에서 28.56%로 높아진다.
이마트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이번 지분 매입에 현금 등 개인 보유 자산을 활용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오너가가 지분매입 과정에서 증여를 택하는 것과는 달리 정용진 회장은 매수를 택했다.
이를 두고 이마트 측은 “정용진 회장 본인의 자산을 투입해 지분을 늘리는 건 그만큼 스스로 부담을 늘리는 것”이라며 “회장 취임 후 강조해온 ‘철저한 성과주의’를 자신에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의 부담을 늘려 향후 실적 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동기를 가져가겠다는 의미”라며 “시장에도 이마트 지속 성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책임 경영 의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고 밝혔다.
정용진 회장이 지분 확보와 주가 부양에 직접 나서면서 앞으로 이마트의 주가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 매수 발표 후 이마트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이마트는 전장 대비 2.16% 오른 6만62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는 개장 후 한때 6.79% 강세로 6만9200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오름폭이 다소 줄어들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주가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없지만 정용진 회장의 책임 경영 의지를 확인했다”며 “단기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이나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 회복, 자회사 실적 개선 추이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용진 회장의 승진 이후 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에 별도 기준으로 기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등 본업 경쟁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전년 동기 2% 감소한 7조2315억원, 영업이익은 275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이마트의 실적 향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프로그램의 발표도 기대된다. 밸류업 공시에 배당금 확대가 포함된다면 주가 부양이 더욱 강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이마트는 현재 배당으로 별도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20%를 책정했다. 주당배당금은 2000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정용진 회장이 2024년 사업연도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3억원 규모다.
정용진 회장 입장에서도 주식을 보유하면서 2000억원이 넘는 사재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배당금 확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부터 이마트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도 주가 부양책을 요청해왔던 만큼 배당 확대 가능성은 높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밸류업 공시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밸류업 발표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