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발표회…26일 공개
황동혁 감독 “계엄 발표,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길”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발표회에서 황동혁 감독과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2.09) 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발표회에서 황동혁 감독과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2.09) 사진=연합뉴스

“시즌 1이 사랑받았던 이유요? 극 중 등장인물이 시청자분들께 사랑받았기 때문이죠. 시즌 2는 시즌 1보다 캐릭터가 더 많아졌어요. 어떻게 하면 그 하나하나를 잘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보는 분들께서 감정 이입하고, 미워하거나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신경 썼죠. 그 한 명, 한 명이 잘 보인다면 아마 시즌 2도 시즌 1처럼 많은 분께 사랑받지 않을까요?”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다. 인생이 얼마나 혹독한가를 가리키는 명제인 이 말은 무엇보다 패배자의 한탄을 잠재우는 가장 반어적인 위로로 작용한다. 또한 3년여의 시간을 넘어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 ‘오징어 게임’에도 여전히 강렬히 적용된다. 그해 9월 공개된 시즌 1은 3억 3천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회사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자리를 유지 중이다. 

황동혁 감독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시즌 2를 만들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부담감은 컸다. 요즘은 그 부담이 굳어서 돌덩이처럼 됐고 잘 느낄 수 없는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흥행 부담이 얼마나 크겠냐는 걱정에 대한 답이었다. 이날 행사는 이런 성공에 대한 기대를 증명하듯 해외 취재진까지 동원된 대규모 행사로 집행됐다. 행사장에는 시그니처 캐릭터이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살인 기계인 ‘영희’가 배치돼기도 했다.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발표회에 영희 모형이 세워져 있다. (2024.12.09) 사진=김영재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발표회에 영희 모형이 세워져 있다. (2024.12.09) 사진=김영재

시즌 2는 복수를 결심하며 다시 게임에 뛰어든 주인공 기훈이정재 분과 그에 맞서는 전편의 총지휘자 프론트맨이병헌 분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다. ▲이정재가 게임을 끝내기 위해 돌아온 456번 기훈 역을 ▲임시완이 ‘코인’ 투자 유튜버 333번 명기 역을 ▲조유리가 잘못된 투자 정보에 속아 거액을 잃은 222번 준희 역을 ▲강하늘이 붙임성 좋고 넉살 좋은 성격의 388번 대호 역을 ▲이진욱이 아픈 딸을 위해 절실하게 치료비가 필요한 246번 경석 역을 ▲박성훈이 성확정 수술을 마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120번 현주 역을 ▲배우 양동근과 강애심이 각각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007번 용식과 그의 엄마 149번 금자 역을 맡았다.

자신의 형이자 프론트맨인 인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 준호 역의 위하준과 연락이 끊어졌던 ‘절친’ 기훈과 게임장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390번 정배 역의 이서환도 시즌 2에 복귀한다. 아이를 찾는 것만이 오직 삶의 목적이고 의지인 노을 역에는 배우 박규영이 캐스팅됐다.

시즌 2에서는 ‘투표’가 주요 소재로 다뤄질 전망이다. 황 감독은 얼마 전 대선이 끝난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며 작중 투표를 현실과 연결해 달라고 제시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라며 “‘오징어 게임’ 내에도 그런 갈라짐과 분열이 있다. 현실 세계와 이 안의 세계가 무척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연출자의 변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따라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이런 시국에 공개되는 것은 이것도 ‘오징어 게임’의 운명일 것”이라며 현실서 벌어지는 갈등과 격변을 되새겨 줄 것을 다시 한번 부탁했다. “이런 시국에 공개하게 돼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계엄 발표를 믿을 수가 없었고, 그 상황을 새벽까지 TV로 지켜봤습니다. 그제 벌어진 탄핵 투표도 생중계로 계속 지켜봤고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잠을 자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야 하고, 불안과 공포와 우울감을 가지고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행하고 화가 납니다.”

아울러 그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이 탄핵이 됐든 자진 하야가 됐든 책임을 질 분이 책임을 지고 연말을 국민에게 돌려주셨으면 좋겠다”며 “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시리즈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오는 26일 공개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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