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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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클럽하우스, 베테랑 캐디, 맛있는 음식, 접근성 등 골프장을 선택하는 요소는 다앙하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잔디 상태다. 우리가 사시사철 항상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실내 스크린 골프장이나 골프 연습장 대신 비싼 돈 내가며 필드를 찾는 것은 자연과 내가 하나 된 느낌을 받고 샷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골프장이 지난 여름 폭염의 여파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금, 잔디를 알고 내 샷을 알아야 싱글까지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잔디 종류와 그 차이를 알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골프장이 왜 잔디를 사용하는지다.

먼저 잔디는 위가 아닌 옆으로 자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골프장을 채우기에 제격인 식물이다. 또한 강한 내답압성이 있어 카트나 사람이 밟아도 발자국이 남지 않고 다시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잔디는 짧게 잘라도 금방 자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골프는 공을 치거나 공을 굴리는 운동이기에 일정하게 구르고 멈출 수 있게 하는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골프장에 사용되는 잔디는 크게 양잔디와 조선잔디 정도로 구분된다. 다만 양잔디 골프장이다, 조선잔디 골프장이다 말하지만 한가지 잔디만 쓰는 골프장은 없다.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은 양잔디, 페어웨이는 조선잔디, 이런 식으로 섞어서 식재된다.

조선잔디, 즉 난지형 잔디(Warm season turfgrass)는 따뜻한 기후에 잘 자라는 고온성의 잔디를 말한다. 버뮤다 그라스, 조이시아 그라스 등이 대표적인 종류다. 잎이 넓고 뻣뻣하며 키가 작으며 잔디간 밀도가 높지 않아 흔히 공이 잔디 위에 살짝 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샷에 미스가 나더라도 비거리 손실이 적어 아마추어 골퍼 대부분이 선호한다. 배수가 잘되고 통기성이 좋은 마사토가 주로 쓰이기 때문에 찍어치면 채가 빠져나오기 어려워 쓸어 치는 스윙을 구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이름처럼 조선잔디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조선잔디에는 버뮤다그 라스, 조이시아 그라스 등 품종이 있다.

버뮤다 그라스는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온화한 기온을 가진 지역에서 많이 사용된다. 빠른 성장과 강한 복원력을 가지고 있어 페어웨이에 적합하다. 높이를 다양하게 조절해도 잔디가 죽지 않으며, 높은 열에도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

조이시아 그라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품종이다. 더운 여름에도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잎이 질겨 내구성이 강해 관리에 수월하다. 한국의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모두 견딜 수 있어 유지비용이 적으며 녹색이 오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성장속도가 느려 비교적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대로 양잔디로 불리는 한지형 잔디(Cool seoson turfgrass)에서는 정확하게 맞히지 못하면 샷의 결과가 참담해진다. 잎이 가늘고 부드러워 잔디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찍어 치는 다운 블로우 스윙을 구사해야 토핑이나 생크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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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디에는 켄터키블루 그라스, 벤트 그라스, 라이 그라스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켄터키블루 그라스는 냉량한 겨울 기후에 강한 잔디로 페어웨이와 러프 지역에 많이 사용된다. 색감이 푸르고 질감이 부드러워 코스 미관을 높인다. 여름철 고온 다습한 날씨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관리에 따라 질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섬세한 잎과 부드러운 질감의 벤트 그라스는 그린 위 표면을 정밀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잔디 중 하나다. 볼의 회전력 조절이 용이하고 퍼팅 시 안정적 플레이가 가능해 그린에 많이 식재된다. 온도 변화와 병충해에 민감해 관리가 까다롭지만 관리만 잘한다면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라이 그라스는 사계절 기후에 적합한 잔디로 주로 페어웨이와 러프지역에 사용된다. 성장 속도가 빨라 손상된 부위를 빠르게 채울 수 있어 관리에 수월하다. 겨울철에도 푸른색을 유지할 정도다. 다만 고온에 약해 여름철에는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조선잔디라고 해서 무조건 쓸어쳐야 하거나, 양잔디라고 해서 찍어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잔디는 깎는 방향에 따라 결이 발생하는데 잔디가 누운 방향에 따라 잔디 저항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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