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사건에는 중국 현지공장에 근무했던 한국인 엔지니어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문제가 된 중국 현지공장에는 삼성 출신 등 한국인 엔지니어가 무려 200여명 근무하고 있었다. 아울러 중국 사업장으로 이직을 결심한 삼성 수석연구원은 회사의 보안시스템을 뚫고 9개월 동안 방대한 분량의 기술자료를 빼돌렸다.
8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A씨가 반도체 핵심기술을 집중적으로 빼낸 시점은 2015년~2016년이었다.
‘사건 공소장’에서 A씨는 2016년 6월 15일 퇴사(퇴직 처리 9월 15일)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임원을 지낸 회사 선배 B씨를 대만에서 만나 이직을 제안받았다.
이후 A씨는 10월부터 B씨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에 들어가 D램 개발에 필요한 기술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PA팀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B씨가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A씨가 합류했고, 2019년 중국 북경 공장에 이어 2020년엔 중국 지방정부의 투자(약 4600억원)을 받아 설립한 반도체회사에 함께 근무했던 것이다.
허 의원은 “삼성전자에서 18나노 및 20나노 D램 반도체 공정설계(PA)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A씨는 2016년 3월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 관련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6월 11일엔 B 씨가 세운 회사와 관련된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A씨가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빼낸 시기는 2015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였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9개월 동안 D램 반도체 PRP, MTS, NAND 플래시 PRP 등 빼돌린 규모가 방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삼성의 보안시스템이 이 기간 A씨에게 무력화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소장에는 “B씨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출신 핵심 엔지니어들을 줄줄이 영입했고, 지난해에만 한국인 엔지니어가 200여명이 근무했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허종식 의원은 “핵심기술 유출은 기업 피해와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 동시에 산업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기술 유출에 대해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고, 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 디스플레이, 전기차 등 인력의 해외 유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