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클리블랜드, 20여 년 만에 CEO서 물러나
“신작 개발 집중 위해”...후임자에게 경영 맡겨
‘서브노티카(Subnautica)의 아버지’로 불리는 찰리 클리블랜드(Charlie Cleveland)가 크래프톤 산하 언노운 월즈 엔터테인먼트(이하 언노운 월즈)의 대표이사(CEO)직에서 물러났다.
그렇다고 그가 회사를 떠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타고난 게임 개발자인 찰리 클리블랜드가 신작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하고, 개발 영역 외 업무는 경영 전문가에게 맡기는 일종의 ‘전략적 원포인트 인사’라는 게 크래프톤 측의 설명이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찰리 클리블랜드는 최근 언노운 월즈의 CEO 자리에서 퇴임했다. 그가 맥스 맥과이어(Max McGuire)와 함께 2001년 회사를 공동창업하고 2004년 CEO 자리에 오른지 20여 년 만이다.
대신 회사는 테드 길(Ted Gill)이 이끌고 있다. 테드 길은 2018년 언노운 월즈에 합류한 후 게임 개발보다는 비즈니스 업무들을 주로 수행하며 찰리 클리블랜드를 보좌해온 인물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찰리 클리블랜드는 게임 제작 전문가로서 크리에이티브 분야를 맡고, 테드 길은 경영 전문가로서 경영 분야를 맡아 언노운 월즈를 이끌어왔다”라며 “이번 CEO 변경은 찰리 클리블랜드가 신작 게임 개발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개발 영역 외 업무를 최소화하고자 이뤄졌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에 소재한 언노운 월즈는 독창적인 PC·콘솔 게임들을 선보여오며 탄탄한 팬층을 구축한 개성파 게임 스튜디오다. 협동 FPS ‘내추럴 셀렉션’ 시리즈를 통해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으며, 이후 출시한 해양 생존 게임 ‘서브노티카’가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5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거뒀다.
언노운 월즈의 개발력과 ‘서브노티카’ IP(지식재산권)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크래프톤은 2021년 5억달러(한화 약 5900억원)를 들여 지분 100%를 전격 인수했다. 이는 크래프톤이 당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첫 번째로 진행한 인수 활동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 후 언노운 월즈가 선보였던 게임 ‘문브레이커’는 ‘서브노티카’와 같은 흥행 가도를 밟지 못했다. 크래프톤은 게임스컴과 지스타 등 국제 게임 전시회에 공격적으로 참가하며 ‘문브레이커’를 알렸으나, 턴제 전략 테이블탑 시뮬레이션이라는 마니악한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뼈아픈 실패를 한차례 맛본 언노운 월즈는 절치부심하고 ‘서브노티카’의 정식 후속작인 ‘서브노티카 2’를 개발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 5로 제작되고 있는 ‘서브노티카 2’는 ▲인조이(inZOI) ▲프로젝트 블랙버짓 ▲눈물을 마시는 새 등과 함께 크래프톤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