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주5일제에 대한통운 ‘주7일 배송·기사 5일 근무’ 대응
"이커머스 경쟁사 배송경쟁력 강화"…쿠팡에 견제구 던져
택배기사 임금 보전 등 구체적 사안, 10월 발표 예정
국내 물류업 1위사 CJ대한통운이 이제는 물류회사로 거듭난 쿠팡에 견제구를 던졌다. 쿠팡이 격주 주5일 배송제와 의무 휴무제 도입을 예고하자 CJ대한통운도 주7일 배송시스템과 택배기사 주5일제 근무제도를 도입하면서다.
CJ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 시스템을 쿠팡의 경쟁사인 네이버쇼핑, 지마켓 등이 도입한다면 쿠팡에 적지 않은 견제가 가능해진다. 다만 주5일제 시행으로 택배기사의 수입 감소 가능성이 있어 10월로 예정된 CJ대한통운 배송제도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해졌다.
22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다음해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주7일 배송을 시작하고 택배기사에게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이는 기존 택배업계의 ‘주6일 배송, 주6일 근무’ 구도를 깨는 시도다.
CJ대한통운은 다음해 초부터 주7일 배송을 핵심으로 한 가칭 ‘매일 오네(O-NE)’ 서비스를 시작한다.
소비자들은 주7일 배송이 시작되면 주말에도 신선식품 등 주문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CJ대한통운의 ‘매일 오네’와 풀필먼트(통합물류)가 결합한 상품의 경우 오전 0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언제든 다음날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현행 택배 시스템은 그동안 주말에는 제품을 수령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공휴일이 월요일에 껴있을 경우 소비자가 토요일에 결제한 상품은 빨라야 주문 3일 뒤인 화요일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의 매일 오네 서비스가 개시되면 일요일 배송 수령도 가능해진다.
CJ대한통운은 소비자 편익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력 강화도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경쟁을 촉발해 산업 전반의 발전과 소비자 혜택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러한 방식은 CJ그룹과 신세계그룹 간 동맹으로 물류 협력이 이뤄진 지마켓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마켓은 소비자가 자정 전까지 주문한 물건을 CJ대한통운을 통해 이튿날까지 전달하고 있다.
또 네이버쇼핑도 CJ대한통운과 협업해 배송 서비스를 크게 앞당긴 ‘네이버 도착보장’을 활용하고 있다. CJ대한통운도 네이버 도착보장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증명한 만큼 이를 확대할 여유도 생겼다.
CJ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 서비스 도입을 통해 쿠팡이 다소 타격을 입을 여지도 있다. 쿠팡의 강점은 제품 품질과 가격뿐만 아니라 주문 다음날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다. 이 가운데 쿠팡의 경쟁사인 네이버쇼핑, 지마켓 등이 CJ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 서비스를 활용한다면 쿠팡의 강점이 약화될 수 있다.
게다가 CJ대한통운의 입장에서도 쿠팡이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를 통해 자체적으로 택배물량을 소화하는 만큼 쿠팡 경쟁사의 배송 경쟁력 확보가 이뤄지면 추가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다.
CJ그룹 차원에서 CJ제일제당과 쿠팡이 20개월 중단했던 거래를 재개하며 ‘냉전’ 구도가 깨졌지만 CJ대한통운과 쿠팡 간 물류 경쟁 구도 자체가 바뀌지는 않은 상황이다.
쿠팡도 지난 13일 야간 택배 기사에게 격주 주 5일제, 주간 택배 기사에게 의무 휴무제(반기별 최소 1회 이상, 연 2회 이상 휴무)를 각각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쿠팡로지스틱스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말 12.7%에서 지난해 8월 기준 24.1%로 치고 올랐다. 이는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을 제치고 CJ대한통운에 이은 업계 2위라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CJ대한통운은 주7일 배송과 함께 택배기사의 주5일 근무제를 예고했다. 수입감소 없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해 실질적인 휴식권 확대도 함께 추진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기존 배송구역은 보장하는 가운데 탄력적인 운영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택배기사들은 주 5일제 시행 후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근무일 자체가 줄어들면 그만큼 수입 감소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도 과거에 택배노조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대리점연합회, 택배노조와 제도 개편에 따른 대화를 확대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는 지난 19일 ‘택배서비스 혁신을 위한 공동선언’을 진행했고 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매일 오네 서비스의 운영방안 수립, 서비스 혁신을 위해 공동의 노력에 나선다는 목표다.
또 CJ대한통운은 대리점, 택배기사, 전국택배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새로운 배송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CJ대한통운 모두 ‘주7일 배송, 주5일 근무제도 도입’을 당장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해부터 시행하기로 할 정도로 검토할 사안이 많다”며 “CJ대한통운이 10월에 배송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로 한 만큼 수입 감소 우려를 어떻게 덜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