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가로 갈등 빚어 2년 가까이 거래 중단
올해 초부터 거래 재개 위한 논의 본격 진행
C커머스 대두·티메프 사태에 이해관계 맞물려

CJ제일제당의 햇반.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햇반.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과 쿠팡이 지난 2년간 지속된 납품가 갈등을 마무리했다. 양사가 상품 직거래 재개에 나서면서 쿠팡에서도 CJ제일제당의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14일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이날부터 쿠팡에서 CJ제일제당의 제품 직거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 판매를 시작으로 고메 피자·비비고 김치·행복한콩 두부와 콩나물·삼호어묵·다시다 등 냉장 및 신선식품 판매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후 햇반·스팸을 비롯해 맥스봉 소시지·맛밤·쁘띠첼 등 주요 가공·즉석식품도 판매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의 전 상품은 각 사 준비 상황에 맞춰 내달 말까지 쿠팡 로켓배송으로 판매가 재개된다. 또 오는 23일부터는 쿠팡을 통해 CJ제일제당의 추석 선물세트도 구매할 수 있다.

양사는 그동안 소비자 편의를 강화하고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협의를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이 직거래 판매를 재개하는 것은 납품 중단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양사는 지난 2022년 11월 CJ제일제당의 햇반 납품 단가를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후 쿠팡이 직접 배송하는 로켓배송에서는 CJ제일제당의 제품을 찾아볼 수 없었고 대신 입점사를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원하는 마진율을 맞추지 못해 발주를 중단했다고 주장했으나, 쿠팡은 CJ제일제당이 납품가를 올리며 발주 물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양사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후로도 양사 갈등은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쿠팡에서는 CJ제일제당의 햇반이 빠진 자리에 중소·중견식품 기업 및 PB브랜드의 즉석밥 제품이 채워졌다. 쿠팡은 지난해 1~5월 즉석밥 판매 추이에서 중견기업의 즉석밥이 최고 5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히며 CJ제일제당을 견제해 왔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쿠팡 외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신세계그룹 3사(이마트·G마켓·SSG), 네이버, 컬리, 11번가와 손잡고 공동 상품을 개발하거나 익일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대체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중국 이커머스 채널인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에 입점하며 유통 판매처를 확보해 나갔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 주도의 '반(反)쿠팡 체제'가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 C커머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쿠팡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지난달 앱 사용자 수는 알리익스프레스 847만명, 테무 755만명으로 합계 1601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6% 급증한 수치다. C커머스가 성장 속도를 내는 반면 쿠팡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342억원을 기록하며 8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CJ제일제당도 최근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돼 판매 채널 확대를 고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로써 양사는 서로 간 협의점을 찾고 직거래 판매 재개를 통해 CJ제일제당은 내년 목표였던 햇반 매출 1조원 달성, 쿠팡은 C커머스를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관건인 납품가 협의에 대해서는 양사가 입을 다물었다. 다만 양사는 구체적인 납품가 협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제조사와 유통사 간 상생을 위해 원만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은 계속해서 협의점을 찾고 적절한 단가에 맞도록 협의했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협업을 오랫동안 고대해 왔다”며 “전국적인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CJ제일제당의 상품 셀렉션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강화하기 위해 쿠팡과의 거래를 재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CJ제일제당의 다양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쿠팡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올해 초 약 4년 9개월 간 직거래를 중단했던 LG생활건강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판매를 재개하는 등 그간 납품가 문제로 갈등을 빚은 기업과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쿠팡플레이가 주최한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 개막전에는 강한승 쿠팡 대표가 CJ그룹의 손경식 회장, 강신호 부회장을 초청해 함께 경기를 관람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양사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쿠팡 측도 “올해 초부터 양 사간 거래 재개를 위해 본격적으로 논의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허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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