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남편 회사 투자 결정 후 주가 급등
금융당국 조사 착수, 대상자 확대될 듯
LG 복지재단, 구 대표 사퇴 요구 분위기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상속 소송으로 시끄러운 LG그룹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큰딸 구연경 씨가 진앙지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바이오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문제의 주식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LG 복지재단에 기부하려 했지만, 이사회에서 거부됐다.

또 이 문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미공개정보의 출처가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라는 의혹이 만약 사실로 드러나면 파문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공개정보, 어디서 나와서 누가 주식을 매입했나?

사태의 발단은 2023년 4월 19일이다. 구 대표의 남편 윤관 씨가 최고투자책임자로 있는 블루런벤처스가 국내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업체 A사에 유상증자 형태로 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A사는 심장 수술 환자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다. 특히 할인율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 신주 발행가가 전일 종가인 1만8010원보다 높은 1만8070원이라고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당연히 A사의 주가는 곧바로 급등세를 보였다. 발표 당일 주가는 16.6%가 올랐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해 한때 5만40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금도 4만원 언저리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윤 대표의 배우자인 구연경 대표가 A사 주식 3만주를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문제는 매입 시점이다. 만약 투자발표가 나기 이전에 매입했다면 남편 윤관 대표로부터 미공개정보를 취득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윤 대표가 미공개정보를 흘린 대상이 배우자인 구 대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 점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A사의 임원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A사와 블루런벤처스 간의 투자 확정 시점이 확인되면 그 이후 발표 때까지 A사 주식 매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았다가 적발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받거나 그 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매겨질 수 있다.

◆LG 복지재단, 구 대표의 주식 기부 보류 결정

A사 주식 매입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구연경 대표는 이 주식을 LG 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주식 기부를 통해 미공개정보 이용을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LG 복지재단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A사 주식 3만주를 기부받는 사안에 대해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 이사회에는 구 대표를 포함해 이사 9명 전원이 참석해 2시간에 걸쳐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추후 재논의 하기로 했다.

◆구 대표, LG 복지재단 대표로서 적합한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조직에, 자신이 제안한 ‘기부 사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구 대표로서는 커다란 흠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LG 복지재단 내부에서는 구 대표의 자진 사퇴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구 대표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LG 복지재단은 정의 사회 구현과 소외계층을 돕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선행과 의로운 행동으로 사회의 귀감이 된 사람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LG 의인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LG그룹은 우리나라 대기업 가운데 제일 먼저 ‘정도 경영’, ‘도덕 경영’을 주창해 왔다. 이런 점에서 미공개정보 이용과 LG 복지재단은 어느 모로 봐서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구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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