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는 그동안 생소했던 보험업계의 크고 작은 뒷이야기를 ‘보험 비하인드’로 전하고자 한다. 그 첫 연재물로 ‘보험사기’ 사건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뤄본다. [편집자주]
연쇄살인범이 과거 보험사기에 대해 언급해 그 심각성을 시사한 바 있다. 보험업계에선 강호순의 연쇄살인사건의 시작이 보험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예로 들었다.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호순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 지역에서 부녀자들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살인범이다. 에쿠스와 무쏘 등 차량을 이용해 밤늦게 귀가하려는 여성들을 유인해 차에 태워 강간한 뒤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범죄가 쉽도록 차량 뒷좌석을 개조하는 등 계획적이었다.
범행은 주로 추운 겨울에 늦은 밤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동물과 찍은 사진을 놓아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강호순은 2008년 12월 군포 여대생이 실종되는 사건으로 수사 중이던 경찰이 CCTV에 찍힌 그의 얼굴과 두 개의 차량을 불태우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서 범죄 행각이 드러났다.
최소 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 사건 이전에 강호순은 보험사기에 능한 사람이었다. 2005년 10월 네 번째 부인과 장모를 방화 사건으로 가장해 살해했는데, 처음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되려 이때 충격으로 다른 여성을 죽였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는 화재 열흘 전 부인의 보험으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받아 상해보험을 추가적으로 가입했고, 화재 닷새 전엔 혼인신고를 했다. 방화 당일엔 부인과 장모에게 술을 먹여 재우고, 모기향을 발화점으로 만들어 화재 사고로 위장했다.
이 같은 범행으로 강호순은 4억8000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수령한다.
연쇄살인으로 그가 체포되면서 방화 사건도 재조명됐다. 당시 검찰 측은 화재 당시 강호순이 둘째 아들을 데리고 탈출한 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는 목격자 진술 등 300여건의 증거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화재, 차량 도난 등 재물을 이용한 보험사기도 저질렀다. 1999년 2차례 트럭화재로 3300만원, 트럭 도난으로 57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2000년에는 직접 운영하던 점포의 화재로 3600만원을 수령 했고, 같은 해 차량이 전복되면서 6000만원을 받는 등 2억가량의 보험금을 챙겼다.
친구에겐 ‘보험사기 한 방이면 끝난다’, ‘트럭 바퀴 쪽에 불을 붙이면 차가 금방 탄다’ 등 범행 방법도 알려준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강호순 사건과 관련해 생생한 기억을 전했다. 그는 “강호순 보험사기 사건이 2009년 봄쯤 언론보도가 있었고, 그해 7월에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합동 보험범죄 전담 대책반이 생겼다”며 “이후 대책반에서 ‘사라진 어린 신부’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밝혀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