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크지만 성장세 더딘 인도 게임 시장
현지 생태계 발전 지원하며 ‘동반 성장’ 모색
대한민국 게임사들의 눈이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인도를 향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이하 BGMI)’로 일찌감치 인도 시장에 상륙한 크래프톤에 이어, 최근 컴투스 그룹도 인도 게임 시장 공략 의지를 밝혔다.
비록 일각에서는 인도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기대보다 더디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는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현지 생태계 성장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홀딩스 자회사 컴투스플랫폼은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인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IGDC) 데브 데이 2024’에 골드 스폰서 자격으로 참여했다. 컴투스플랫폼의 김종문 상무와 신선호 차석은 게임 개발자·퍼블리셔·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갖고 글로벌 서비스에 최적화된 게임 백엔드 서비스 ‘하이브(Hive)’의 강점을 소개했다.
특히 이들은 ‘인도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벵갈루루를 포함해 델리, 푸네 등 주요 도시 세 곳에서 현지 게임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인도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컴투스플랫폼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인도 게임 시장을 개척하고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하이브’의 입지를 강화하는 등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종문 컴투스플랫폼 상무는 “인도는 빠른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젊은 층 인구가 많아 잠재력을 갖춘 핵심 게임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라면서 “전 세계 주요 16개 언어 지원과 국가별 마켓 정책 대응 등 해외 진출에 특화된 하이브의 강점을 살려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공언했다.
인도가 게임 산업의 ‘잠재적 빅마켓’으로 평가받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직 고사양 단말기의 보급률이 낮은 편이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일 뿐만 아니라 젊은 인구층의 비율도 높아 잠재력에 있어서는 여타 시장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장조사 기관 니코 파트너스는 지난해 인도 게임 시장의 규모가 8억3000만달러(약 1조 1425억원)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전년 대비 15.9% 성장한 수준이다. 또한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11% 성장하며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게임 시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는 단연 크래프톤이다. 인도의 국민게임으로 여겨지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는 한 차례 서비스가 중단되는 수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재개 후 오히려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하며 공고한 인기를 입증했다.
인도에서 크래프톤이 갖고 있는 위치는 단순 ‘게임 개발사’ 그 이상이다. BGMI가 출시된 2021년부터 현지 인프라에 투자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한 크래프톤은 인도 게임 생태계 성장을 견인하는 ‘선도 기업’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인도 게임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인 ‘크래프톤 인도 게이밍 인큐베이터(KIGI)’를 실시하고 차세대 게임 개발자 육성에도 나섰다.
대한민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작년 9월 아밋 쿠마르(Amit Kumar) 주한인도대사가 크래프톤 본사에 방문한 건 현지에서 크래프톤이 갖고 있는 위상을 증명한 사례다. 지난 4월에는 인도 최고 경영자 커뮤니티 ‘YPO’ 뭄바이 대표단이 방한 후 크래프톤 사옥을 방문하는가 하면,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 법인 대표는 인도디지털게임협회(IDGS) 부회장에 선임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면 크래프톤을 통하는 게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지에서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데브시스터즈와 크래프톤은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인도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쉽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쿠키런’의 캐주얼한 플레이와 저사양 기기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양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월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인도에서 소구되는 게임 스타일과 콘텐츠가 어떤 건지에 대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라면서 “인도 1위 퍼블리셔로 도약할 뿐만 아니라, 인도 게임 생태계에 기여하고 동반 성장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