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일해주는 AI 매니저 20여명 근무
구성원 20%가 개발자…사내 AI 포털도 오픈
SKT, MZ세대 조사 결과 국내 AI 기업 2위
SK텔레콤이 ‘AI 피라미드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강(自强)과 협력(協力)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AI 트랜스포메이션(AIX) ▲AI 서비스 3가지 영역에서 AI 혁신에 나서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단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SKT 사내에서도 AI를 적용한 업무 혁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글로벌 AI 컴퍼니 비전 실현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 AI 활용해 업무 혁신 가속화…사람 대신 일해주는 ‘AI 매니저’
SKT에는 AI를 활용해 경영 및 업무 혁신을 추진하는 부서가 있다. 해당 부서 구성원은 실제 사람이 아닌 ‘AI 매니저’다. 일반 구성원들처럼 사번도 부여돼있고 조직도에서 검색도 된다.
사칭 문자 실시간 차단 정책 적용 업무를 담당하는 ‘김보안’ 매니저를 비롯해 여론조사 가상번호 추출 및 정산 업무를 담당하는 ‘송사업’ 매니저, 인프라 장비 시설 현황 리포트를 제공하는 ‘서엔지’ 매니저 등 20여 명이 넘는 AI 매니저들이 사내 업무를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생성 AI를 활용해 대용량 데이터를 손쉽게 분석하거나 생성 AI와 조직 내 문서를 결합해 문서의 탐색과 문의 응답을 자동화하고, 생성 AI와 조직 내 규정·가이드 등을 결합해 문서를 작성한다.
적용되는 업무도 다양하다. AI 매니저가 PR 조직에 보도자료 초안을 작성한 메일을 보내주고 자금 담당 부서에서는 법인카드 발급·한도 조정·결제 취소 등의 문의 메일에 대해 AI 매니저가 자동으로 답변 메일을 회신하는 등, SKT 내 20여개 사업 부서가 AI·자동화를 통한 업무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업무 방식을 혁신하고 있는 움직임은 여타 글로벌 기업들도 볼 수 있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가 대표적이다. 월마트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마이 어시스턴트’ 앱을 도입, 직원이 문서 요약과 새로운 콘텐츠 생성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택배 트럭의 배송 경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대표 백화점 메이시는 AI를 이용해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온라인에 제품 설명을 추가하고, 판매할 의상이나 다른 제품의 이미지를 복제하는 업무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벤엔제리스에서는 AI 카메라를 통해 제품별 재고 상황을 즉각 유통업체에 전달함으로써 제품의 신선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국가 전반에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경우, 연 국내총생산(GDP)이 123조원 증대되고 비용이 185조원 절감되는 등 31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향후 3년간 국내 GDP 최대 1.8% 추가 성장을 AI가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범준 SKT AI경영혁신 담당은 “생성 AI를 사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지만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없애고 생성 AI에 사내 업무 지식을 학습시키는 것이 큰 과제”라며 “SKT가 업무에 AI 활용을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별로 잘 정리된 업무 지식을 학습시키고, 오류를 줄여 나가는 노력이 빠른 AI 확산의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 5명 중 1명이 개발자...구성원 AI 역량 향상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SKT는 구성원들의 AI 역량 강화 및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전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3단계로 구성된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회사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과 생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담 검색 서비스’를 구축했으며, SKT와 SKB 구성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사례를 서로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T-B AI 커뮤니티’도 사내 인트라넷에 오픈했다.
미래 AI 인재를 발굴하는 육성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SKT AI 펠로우십’은 AI를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기업 실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SKT가 2019년부터 6년째 후원하고 있다.
‘SKT AI 펠로우십’ 참가자들은 기업 실무 현장의 데이터를 활용해 현직 개발자와 동일한 연구를 수행하며, 현직 개발자에게 직접 멘토링을 받는 등 생생한 실제 개발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유영상 사장 취임 후 통신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전환해나가는 SKT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AI 컴퍼니를 본격적으로 지향한 2021년부터 SKT 사내 개발자는 1000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구성원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 업무에 AI 기능 즉각 적용 가능한 사내 포털 ‘AI One’ 오픈
지난 5월 9일에는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사내 구성원 대상의 포털 ‘AI One’을 전격 오픈했다. 이를 통해 SKT 구성원들은 본인 업무에 AI 기능을 즉각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인텔리전스 플랫폼은 AI를 적용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단일 인터페이스로 통합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다양한 AI 모델과 관련 도구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AI One은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SKT 구성원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사내 포털이다.
상품·서비스를 개발하는 모든 구성원들은 AI One에서 간단한 서비스 요청만으로 SKT의 ‘A.X’, 오픈 AI의 ‘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다양한 AI 모델 및 개발 도구를 올인원으로 제공받고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SKT는 AI One을 통해 인텔리전스 플랫폼 적용 서비스를 확대, 다양한 적용 사례를 확보함으로써 AIX(AI 전환)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객센터의 상담원을 도와주는 AI 어시스턴트, 사내 구성원이 활용하는 AI 도구는 물론 티월드·티멤버십 등 다양한 사내외 서비스에 AI 기능을 쉽고 빠르게 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AI One을 통해 내부 사용 사례를 확보한 SKT는 향후 ICT 패밀리를 포함한 SK 계열사 및 글로벌 텔코(Telco)들과도 지속적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정민영 SKT AI 플랫폼 담당은 “SK텔레콤은 이번 AI One 론칭을 계기로 AI 기술을 사내에 더욱 빠르게 적용하고, ICT 패밀리와 글로벌 텔코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더욱 강화해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 밝혔다.
◆ “AI 산업의 두 번째 라운드 시작...SKT 주목해야”
지난 5월 잡플래닛이 MZ세대 947명에게 ‘국내 대표 AI 기업’을 질문한 결과, 1위부터 3위까지 삼성전자-SKT-네이버 순으로 나타났다. MZ세대란, 1981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현재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2위에 오른 SKT는 최근 이동통신 리더십을 넘어 AI 개인 비서 ‘에이닷(A.)’, AI 데이터센터, 초거대언어모델(LLM), AI 반도체 등 다양한 AI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창사 40주년을 맞아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SKT는 2030년까지 AI 사업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 보유 용량을 2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사피온,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이 보유하고 있는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역량을 솔루션화해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유무선 네트워크는 AI 인프라로 진화시켜 SKT 인프라의 가치를 높인다.
AIX 영역에서는 AI 고객센터, 초개인화 AI 미디어로의 진화를 추진하며 엔터프라이즈 AI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SKT는 기업 및 기관에 다양한 LLM을 제공하는 ‘엔터프라이즈 AI마켓’을 올해 오픈했다. AI 서비스 영역에서는 가입자수가 400만명에 이르는 에이닷을 고도화해 PAA(개인화 AI 비서)로 진화시키고, 글로벌로 확장가능한 PAA 개발도 동시 추진할 계획이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TOP3는 폭발적인 기술 성장과 확장을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이라며 “AI의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들이기도 하다”라고 부연했다.
지난달 영국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세계 주요 통신사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지표 조사에서도 SKT가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통신사 중 유일하게 대상에 포함된 SKT는 ‘AI 역량 개발 및 서비스 운영에서의 AI 적용’을 묻는 지표에서 일본 NTT 도코모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