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엔비디아 품질검증 ‘덜커덩’
위기 아랑곳하지 않는 노조
이 회장 부당 합병 2심 재판 시작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3가지 악재를 만났다. 노조의 강성 투쟁이라는 내우(內憂)에다가 HBM반도체의 엔비디아 납품 문제라는 외환(外患)이 겹쳤고 여기에다가 부당합병 등의 의혹과 관련한 이재용 회장의 2심 재판이 시작되면서 오너리스크까지 부각되고 있다.

전삼노, 서울 강남에서 연예인 참가한 집회 강행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이하 전삼노)는 24일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후 1시부터 2시간 반 정도 열린 집회에는 전삼노 소속 조합원 500여명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노조의 핵심요구 사항은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이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한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5.1%로 결정했지만 전삼노는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임금협상의 당사자는 노사협의회가 아닌 노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유명 연예인이 대거 등장해 공연을 벌이면서 주변 직장인과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정작 업계가 이번 집회를 주목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노조 집회일 아침에 전해진 로이터의 충격적 보도

전삼노의 집회가 열린 당일 아침,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에 큰 타격이 될 기사가 올라왔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것이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4세대 제품 HBM3를 비롯해 5세대 제품 HBM3E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해 혼신을 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이상 경쟁사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달 안으로 엔비디아의 품질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삼성전자로서는 연내 HBM 납품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 개선이 미뤄지는 것은 물론 경쟁사와의 기술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로이터 보도가 전해진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급락했다. 회사 측에서는 로이터의 보도를 부인하며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비관적인 분위기로 기울어졌고 주가는 3%가 넘게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예정된 집회를 열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만 당일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연예인 공연은 취소하는 게 옳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회장, 부당 합병 2심 시작...경영 공백 불가피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 항소심이 27일부터 시작된다. 이 회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진행되는 2심 역시 삼성전자 경영 전반에 악재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3년 5개월이 걸렸다. 선고 공판을 포함해 모두 107차례 열린 재판에 96번 출석해야만 했다. 심지어 회장 취임 첫날과 1주년 당일에도 법원에 출석해야 할 만큼 이 회장의 경영 활동은 제약을 받았다. 이 재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법조계에서는 2심에서 끝나지 않고 상고심까지 가게 된다면 앞으로도 5년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내우외환의 위기를 타고 넘는 것은 오직 이 회장의 손에 달렸다. 내부를 추슬러 과거의 삼성처럼 하나 된 조직을 만들고, 기술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정비해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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