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사진=DGB금융그룹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사진=DGB금융그룹

DGB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연말까지 은행장을 겸직한다. 황 내정자 앞에 성공적인 시중은행 전환을 비롯해 비은행 부문 강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더구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디지털 금융을 장악하는 추세 속에서 디지털 금융에 방점을 둔 대구은행에 앞으로 어떠한 변혁을 꾀할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이사회는 황 내정자로 하여금 남은 은행장 임기 동안 지주 회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지난해 1월 대구은행장에 취임한 황 내정자의 은행장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황 내정자가 다음달 회장에 취임하더라도 9개월가량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도록 한 것이다.

1967년생인 황 내정자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대구 성광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사 출신 경영자다. 1995년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에 입사해 2012년 대구은행 경영컨설팅센터장을 맡아 300개 이상 지역 기업의 경영 효율성 개선 등을 이끌었다.

임원 승진 후에는 그룹 인수합병(M&A) 업무를 총괄하며 하이투자파트너스와 뉴지스탁 인수를 주도해 DGB금융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과 호흡을 맞춘 만큼 그룹 비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내정자가 우선적으로 당면한 과제는 성공적인 시중은행 전환이다. 그간 대구은행은 지방 중심의 고객층의 고령화 등으로 정체된 수익을 확장하는 데 고전했다.

DGB금융의 지난해 그룹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4016억원) 대비 3.4% 감소한 3878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도 3878억원에서 3639억원으로 6.2% 줄었다.

정체된 수익 개선을 위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이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7일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1분기에 전환이 완료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하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첫 지방은행이자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 시중은행으로 거듭나게 된다.

황 내정자는 비은행 부문 강화의 과제도 당면해 있다. DGB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전년(1425억원) 대비 7.4% 감소한 132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요 비은행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과 캐피탈 부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DGB캐피탈도 전년 대비 22.5% 감소한 599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대구은행은 돌파구가 디지털 금융에 있다고 보고 이 부문을 강화하기로 했다. 모바일 뱅킹 앱 브랜드인 ‘아이엠뱅크(iM뱅크)’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등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디지털 접근성, 경영 효율성과 같은 인터넷은행의 장점에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 은행의 장점을 결합한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새 비전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현재 디지털 금융 영역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이 버티고 있어 대구은행의 전략이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대구은행과 비슷한 체급과 지향점을 가진 인터넷은행이 금융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3549억원으로 대구은행(3639억원)과 격차가 90억원에 불과하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등도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며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 내부통제 관리 제고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최근 몇 년간 내부통제 이슈가 지속돼 왔다. 지난해엔 임직원의 대규모 불법계좌 개설 사건이 적발돼 눈총을 산 바 있다.

또한, 하이투자증권 내에선 지난해 부동산PF 관련 꺾기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있었다. 계열사 전반에 강도 높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역시 황 내정자가 마주한 과제이기도 하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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