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DGB금융그룹
DGB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DGB금융그룹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용퇴해 DGB금융을 이끌 차기 회장 선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내부 출신 중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외부 출신 후보로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와 함께 이번 평가 과정에 현 경영진과 인연이 깊은 외부기관이 포함되면서 독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황 행장과 최용호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의) 위원장과의 연결고리로 인해 공정성 논란도 제기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해 9월 회추위를 가동해 지난달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를 선정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숏리스트(2차 후보군) 선정을 위한 외부 기관 면접에 착수해 이르면 설 연휴 직후 숏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롱리스트 명단은 비공개지만 황 행장을 비롯해 DGB금융 내부 인사 5명, 외부 인사 4명으로 9명 가량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는 대부분 5대 시중은행 출신으로 주요 은행의 행장과 계열사 대표까지 지낸 인사도 포함됐다.

◆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2파전’ 관측

DGB금융지주를 이끌 주요 유력 후보 가운데 한 명인 황 행장은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해 DGB금융과 대구은행에서 27년 가까이 근무했다. 대구은행 DGB경영컨설팅센터장, 기업경영컨설팅센터장, 본리동지점장 등을 거친 뒤 2018년 김태오 DGB금융 회장 취임 이후 그룹 비서실장으로 이동해 그룹의 여러 요직을 지냈다. 과거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과 그룹 회장을 겸직한 적이 있어 황 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1분기 내 완료될 예정인 만큼 그룹 측면에서 황 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무 연속성을 고려할 때 황 행장이 DGB금융 회장으로 이동하거나 은행장 겸직을 하면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및 그 이후의 그룹 과제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은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장까지 역임했다. 외부 출신 후보지만, 2004년 농협은행 구미중앙지점장을 거치는 등 지역 은행에서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전 행장은 2018년 DGB금융 회장 선임 당시 숏리스트에 올라 김태오 회장과 경쟁을 벌였다.

◆ 외부 기관 평가 업체 독립성 및 후보와 회추위원장 간 관계 등 공정성 논란

DGB금융은 이번 선임 과정에 ‘외부 기관 평가’를 새로 도입했다. 회계 법인 ‘EY한영’과 인적자원(HR) 전문 컨설팅 업체 ‘무진어소시에이츠’ 2곳이 회장 후보를 평가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 평가 기관 선정 관련 공정성이 불거졌다. 무진어소시에이츠가 김태오 회장 취임 후 DGB금융의 인사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아온 업체라는 점 때문이다.

무진어소시에이츠는 매년 DGB금융의 임원 양성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고 있고 회사 홈페이지에도 DGB그융그룹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에 자문을 하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금융 업계 안팎에선 DGB금융의 임원 교육을 맡았던 기업이기에 외부기관 평가에서 과거에 안면이 있는 인사에게 유리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DGB금융 회추위는 위원장인 최용호(이사회의장) 사외이사를 비롯해 조강래, 이승천, 김효식, 노태식, 조동환, 정재수 사외이사 등 7인 전원으로 구성된다. 최종 투표는 사외이사 7명에만 권리가 주어진다.

회추위원장인 최용호 사외이사는 황 행장의 논문 지도교수다. 황 행장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어 후보 간 공정 경쟁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최용호 위원장은 “공정성·투명성·독립성을 기반으로 회장 선임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경영승계 모범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최용호 이사는 금융경제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역량을 갖췄기에 절차에 따라 선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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