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이피션시 인수대금 740억원...은행차입 및 고금리 CB로 자금조달
이자비용 급증에 주식총수 절반 규모 전환물량 부담까지

다우키움그룹 CI.
다우키움그룹 CI.

다우키움그룹이 기업인수(M&A)를 통한 광고대행업 확장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수의 교두보가 될 계열사 와이즈버즈가 막대한 부담을 홀로 지게 됐다.

와이즈버즈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총자산 규모에 육박하는 은행 차입 및 고금리 전환사채(CB) 발행을 단행한다. 금융비용 측면의 부담은 물론이고, 총 주식수 절반에 가까운 CB 물량이 주식 전환될 경우 막대한 주가 희석까지 발생할 수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이자 광고대행업체 와이즈버즈는 같은 광고대행사인 애드이피션시 주식 3만8000주(지분율 95%)를 740억원에 양수한다. 29일 잔금 지급을 완료하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와이즈버즈 측은 애드이피션시 양수 목적을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창출 및 사업경쟁력 확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 대금 740억원은 와이즈버즈의 총자산 대비 98%, 자기자본 대비 161%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말까지 현금 동원력이 100억원대 수준에 불과했던 와이즈버즈 입장에선 이처럼 막대한 인수대금을 마련할 역량이 부족하다. 사실상 이번 M&A는 와이즈버즈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하는 다우키움그룹 차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와이즈버즈는 다우키움그룹의 역량을 바탕으로 다수의 금융기관 및 외부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에 성공한 모습이다.

신한은행으로부터 280억원을 차입했으며, CB발행 대금으로 360억원을 끌어왔다. 여기에 회사의 현금성자산 대부분을 투입해 인수대금(740억원)을 겨우 맞출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와이즈버즈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은 모양새다.

와이즈버즈의 CB는 2회차(200억원)와 3회차(160억원)로 나눠 발행된다. 2회차 CB의 투자자는 ▲아테나제일호사모투자 합자회사(140억) ▲하나은행(20억) ▲NH투자증권(15억) ▲메자닌그로쓰신기술투자조합(25억)으로 구성됐다. 3회차 CB의 투자자는 애드이피션시의 기존 최대주주인 박소현 외 1인으로, 지분 교환 성격의 거래로 풀이된다.

문제는 M&A 교두보 역할을 하는 와이즈버즈의 막대한 재무부담이다.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기형적인 규모의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신한은행 측에서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은행의 기업 대출 금리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또한, 200억원 규모의 2회차 CB 만기이율은 6%에 달한다. CB의 3년 만기를 가정하면 원금의 119.1%, 무려 이할에 육박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3회차 CB의 경우 지분 맞교환의 성격의 거래로 만기이자율은 2%로 낮게 책정됐다.

이같은 비용 구조의 악화는 와이즈버즈의 최근 실적 감소세를 고려하면 뼈아픈 수준이다. 와이즈버즈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7.9%, 71.9%씩 급감했다. 순이익 6억원대 흑자를 유지했지만, M&A 이후 급증할 이자비용을 생각하면 적자 전환을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주가 면에서 부담이다. 이번 자금조달로 발생하는 CB의 주식전환 가능물량은 2269만8611주에 달한다. 이는 현 주식총수 대비 44.98% 수준의 막대한 물량이다. 2·3회차 CB 각각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이 33.5%, 30%씩 설정됐지만, 와이즈버즈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중도상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다우키움그룹 차원의 이익을 위해 와이즈버즈가 사실상 대부분의 부담을 끌어안은 모양새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M&A가 그룹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킬 것이 유력하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계열사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피인수 기업의 역량은 그룹 전체를 위해 쓰일지 몰라도, 인수주체 기업이 끌어안는 부담은 지분확보 및 사업시너지 상승 등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폭을 뛰어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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