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부담. 출처=한국신용평가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부담. 출처=한국신용평가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부담이 주로 대형 증권사의 실적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업의 지난해 4분기·연간 잠정실적을 점검하며 “지난해의 경우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손실 인식 및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일부 증권사에서 큰 폭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 높아진 공실률 등으로 미국 및 유럽 소재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2018~2020년 사이에 투자가 이뤄진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손실 인식이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특히,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6개 대형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전체의 75%를 차지해 지난해 실적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 6개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저는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인 약 13조원의 75%에 해당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외 부동산금융 자산은 약 42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4분기까지 인식된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손실을 추산한 결과 대형사에서 약 4조원, 중소형사에서 약 1조5000억원이 발생해  국내외 부동산금융 자산의 12.9%(대형사 12.7%, 중소형사 13.6%)에 해당하는 누적손실이 인식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많지 않았지만, 총 14개의 증권사(대형사 5개, 중소형사 9개)에서 분기 순손실이 발생했다.

대형사의 경우 장기성 투자 자산(해외 대체투자 등)에서의 대규모 평가손실 및 충당금 적립, 차액결제거래(CFD), 신용융자, 판매된 사모펀드 등에서의 금융상품 관련 손실 등 비경상적인 비용 발생이 지속된 점이 실적 둔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사의 경우 기업금융(IB) 부문 부진으로 영업순수익이 감소했다. 여기에 부동산 PF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저하 폭이 컸다.

이밖에도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저하는 주로 국내 부동산PF 충당금 적립 부담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60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하이투자증권 역시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영업기반 내 PF 부문 의존도가 높았던 업체의 실적 저하 폭이 더욱 컸던 것으로 평가됐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의 전체 부동산PF 익스포져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대형사 7%, 중소형사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심화되자 지난달 말 금융당국은 “장기간 본PF로 전환되지 않은 브릿지론 분양률 또는 공정률이 저조한 본PF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 적립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 아직까지 본PF로 전환되지 못한 브릿지론의 양적 부담, 후순위성 익스포저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증권사의 전반적인 충당금 적립 수준은 전반적으로 미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권사는 지난해 연말부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및 조직 구조를 개편했다”며 “올해부터 개편된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향후 이익창출력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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