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모인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이 삭발식을 단행했다. 사진=이라진 기자
19일 오후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모인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이 삭발식을 단행했다. 사진=이라진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성토가 극에 달하고 있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은 19일 오후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2차 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단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홍콩H지수 ELS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ELS 가입 시 홍콩 지수가 2016년 녹인(원금손실 발생 구간)을 찍은 적이 있는 위험한 상품임에도 이를 고지하여야 하는 은행이 상품 판매 시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에 투자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법과 금융위원회 지침에 의거, 손실 위험이 높은 위험한 금융상품 판매 시 상품에 내재된 위험성 및 상품의 특성을 자세히 설명하고 고객이 이해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의인지, 과실인지 금융소비자에게 상품에 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성의 없는 빠른 속도의 기계음을 활용해 안내해 가입을 권유했다”며 “이는 명백하게 금융위 지침과 금융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 대부분은 ELS 가입 당시 ‘원금 손실 날일 없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 날 수 없는 상품이다’, ‘금리는 높고 안전한 상품이다’라는 문장의 안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은행과 각 지점에서 어떻게 모든 고객이 한결같이 똑같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는 본연의 업무인 예금자 보호는 외면하고 실적에만 눈이 먼 은행권의 과욕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 은행 측으로부터 보상을 촉구하며 아울러 금융당국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다.

19일 오후 여의도 금감원 앞에 모인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50여 명이 모였다. 사진=이라진 기자
19일 오후 여의도 금감원 앞에 모인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50여 명이 모였다. 사진=이라진 기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역시 이 자리에서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고객이 은행에 맡긴 원금은 안전하다라는 믿음을 갖고 거래하는데 이 같은 생각이 깨지기 시작한 게 키코 사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 사태, 사모펀드 사태였다”며 “2019년 11월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외쳤다. 그런데 은행들은 이에 항의하고 판매 허용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ELS를 두고 “은행의 입장에서 황금을 낳는 코인”으로 비유했다. 6개월 후 조기 상환되면 최소한 1년에 두 번 이상 (갱신)판매하고 재가입을 시키기 때문에 은행의 비이자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ELS와 같은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금감원은 ELS 판매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녹취 의무를 강화시켰다. 금감원이 고령층에 대한 적합성 원칙 위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60세 이상 고령층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나 금융취약계층도 원금이 보장된다는 생각에 가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피해자 90% 이상이 재가입을 했기 때문에 재가입자가 피해 보상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핵심은 첫 가입 당시 설명과 위험성 고지를 제대로 받았는지 여부”라고 전했다.

또한 “2019년 강화된 투자 설명의 의무는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이해한 것을 말로 하든지 글로 적게 돼 있다”며 “대부분 투자자들은 AI의 질문에 대답을 했는데 해당 지점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본다. AI 녹취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은행이 리스크가 있는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하지 않은 책임으로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야 할 책임 있다는 견해다. 더불어 금감원에게도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 투자자는 미성년자 대리 가입 피해 사례를 들며 호소했다. 투자자가 고등학생일 당시 모친이 홍콩H지수 ELS에 대리 가입한 사례다.

해당 투자자는 “그간 은행에서 어떠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고 이번 사태로 공격투자형 100점으로 대리 가입자인 어머니보다 점수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수능 공부나 하는 고등학생을 은행에서 100점짜리 투자 전문가로 만들었다. 미성년자를 대리 가입으로 초고위험 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후 은행 VIP실로 한 번만 와달라는 은행 담당자의 말에 방문했더니 이름하고 사인만 하면 된다는 말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투자자는 “은행 담당자의 말만 믿었던 어머니는 가족의 전 재산을 홍콩H지수 ELS에 투자했다”라며 “현재 해당 담당자는 가족 모두의 전화를 차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은 이날 금감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원금과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앞서 올 들어 주요 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1000억원 이상의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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