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심사중단 사유 해소 안 돼"...新사업 중단 장기화
인터넷은행 핵심 '플랫폼 경쟁력' 저하 우려도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본인신용확인정보업(마이데이터)’이 또다시 좌초됐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지속된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조종 혐의 관련 '대주주 사법리스크'를 사유로 마이데이터 허가심사 중단을 재확인하면서다.

금융당국은 카카오의 벌금형 이상 선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심사 중단 역시 해소되기 어렵다는 견해다. 재판 절차가 길어진 만큼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추진 역시 무기한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 및 전문개인신용평가업 허가심사 재개 여부를 검토한 결과 심사중단을 지속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5일 보고된 제20차 금융위 회의 안건으로 다뤄졌으며, 이달 12일 금융위 제재안건 의결서를 통해 공개됐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5월 한차례 신사업 인허가 심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로 대주주인 카카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해 10월 18일 주요 혐의자인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되며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됐다. 금융당국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최초로 심사를 중단한 지 6개월이 지난 11월에 심사재개 여부를 판단하게 됐다.

금융위는 제재안 의결서를 통해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진행현황을 파악한 결과 앞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심사 중단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업계에서 대주주 카카오의 벌금형 이상을 유력하게 전망하는 가운데, 카카오가 이에 불복하며 재판을 길게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는 경우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7.17%를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결국, 카카오가 SM엔터 또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축소하며 항복하는 모양새가 되거나, 장기간 재판에 연루돼 신사업이 무기한 계류되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법리스크의 장기화로 카카오뱅크의 신사업이 무기한 중단될 경우, 동종업계 간 경쟁 측면에서도 카카오뱅크가 뒤처질 수도 있다.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마이데이터의 도입이 IT기반 플랫폼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의 주체인 개인이 본인의 데이터를 한 곳에서 직접 열람할 수 있도록 통합 관리하는 체계다. 금융권을 비롯한 핀테크 기업의 경우 마이데이터 체계의 활용에 따라 고객 편의성을 크게 증진할 수 있어 필수적인 경쟁력으로 꼽힌다.

전문개인신용평가업은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개인의 신용도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개인의 온라인 쇼핑내역이나 통신ㆍ전기ㆍ가스요금 등의 납부이력 등을 수집하고 데이터화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카카오뱅크 입장에선 금융정보가 부족한 고객의 신용도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출금리를 늘리는 등 여신 효율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5일 마이데이터 사업에 앞서 필수로 요구되는 '전자서명인증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통합인증 과정에서 공동인증서 대신 간편하게 발급할 수 있는 카카오의 인증서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작 본 인허가인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가 재차 중단돼 사전 노력이 물거품될 위기에 놓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금융사가 이미 자사의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도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며 “인터넷 은행으로서의 가장 큰 강점은 편의성인데, 마이데이터를 영위하지 못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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