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자구 계획에 대해 “채권단은 대주주 일가의 개인 명의 자금은 따로 파킹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며 채권단을 설득할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 내놓으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태영건설의 자구책에 대해 이같은 발언을 전했다.

이와 같이 강경한 발언을 전한 데엔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수천억원의 자산을 소유하고도 개인 자금은 1원도 내놓으려고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그룹의 지주사는 티와이홀딩스다. 윤세영 창업주와 윤석민 회장 등이 티와이홀딩스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고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 지분 27.8%를 가진 최대주주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에 팔아 총 2400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해당 자금을 지주사 채무 보증을 해소하는 데 먼저 사용했다.

이에 채권단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씨 몫 513억원도 태영건설에 투입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자구 계획이 아니고 오너 일가의 자구계획이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한다”며 “오너 일가는 자회사 매각으로 수백억 수천억의 현금 유동자산을 보유하고도 워크아웃 계획에 1원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 대금은 1549억원이다. 이 가운데 416억원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지분 몫이어서 이를 사재 출연으로 봐야한다는 게 태영그룹 측 견해다. 반면 채권단 측은 오너 일가가 최소 3000억원 이상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비판에 나설 만큼 태영그룹과 채권단·당국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번 주말이 워크아웃 성사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태영 측이 제시하는 추가 자구안 내용에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되면 법정관리도 고려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주요 채권단을 소집해 태영건설의 추가 자구안 필요성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수용되려면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중 워크아웃에 영향을 줄 만큼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채권자가 회의 참석 대상이다. 산업은행이 파악한 태영건설의 채권단 609곳 중 500억원 이상 익스포저가 있는 곳은 60여곳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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