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터의 정서적 풀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展
2024년 6월 16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서
운송수단의 거주지化 꿈꾸는 현대차 의중 엿보여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전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전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기업이 문화·예술에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의 총칭인 메세나. 그 어원은 로마제국의 정치인이자 후원자였던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이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입니다. <마이케나스>는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보완적 협력관계인 상생과 후원을 직접 발로 뛰어 경험하고 취재하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8일 한 발명 하나가 업계를 소란스럽게 했다. 드디어 전기차다운 전기차가 나왔다는 말도 나왔다. 이 모두는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휠 내부에 차량구동에 필요한 부품을 통합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발명했다고 세상에 소리친 데 기인했다.

새 시스템의 이름은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Universal Wheel Drive System’. 이로써 실내공간이 획기적으로 확장돼 PBVPurpose Built Vehicle라 불리는 목적기반 차량의 탄생이 가능해졌다. 바야흐로 운송수단 이상의 기능을 가진 신개념 자동차의 탄생이 예고된 것이다.

내년 6월 16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하 부산스튜디오에서 개최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전은 이런 현대차의 장밋빛 미래를 메세나로 풀어낸 최종 격 전시다. 이제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삶의 동반자가 됐다고 생각한 현대차는 모터스튜디오를 통해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흥미로움을 불러일으키려 최근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홈 스토리즈’전에 소개된 아이오닉 콘셉트카.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홈 스토리즈’전에 소개된 아이오닉 콘셉트카. 사진=현대자동차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 개관한 최초의 모터스튜디오인 부산스튜디오의 경우 이곳을 아시아 디자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의 주제를 ‘쉘터Shelter·주거지’로 정한 부산스튜디오는 그간 인간의 주거환경에 영감을 주는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지난 전시이자 주거문화 100년을 살핀 ‘홈 스토리즈Home Stories’에서는 LA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오닉7의 콘셉트카가 소개됐다.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신개념 쉘터로서 이동과 주거의 경계를 허무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대의 이같은 ‘멀리보기’는 차세대 디자인 큐레이터 양성의 의의를 띤 제2회 현대 블루프라이즈디자인 수상자 박지민 큐레이터에게도 적용됐다. 그는 ‘고정된 집이 과연 우리의 진정한 쉘터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 총 11점의 창작물을 전시에 기획했다. 거주지의 기능적인 확장 및 보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새 쉘터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지난해 7월 개최된 ‘해비타트 원Habitat One’전이 탄소중립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지속 가능한 쉘터로의 창의적 전환을 꾀했다면, 반대로 이번엔 정서적 접근을 모색했다.

유리 스즈키 작가 ‘히비키 트리’. 사진=현대자동차
유리 스즈키 작가 ‘히비키 트리’. 사진=현대자동차

이 전시에는 개인과 집단, 사진과 음향, 남성과 여성 등을 아우르는 국내·외 12팀이 참여했다. ▲“소리 역시 우리의 쉘터가 될 수 있다 생각”하고 만든 ‘히비키 트리’를 시작으로 ▲사탕수수로 식물과 인간의 공생지로서의 쉘터를 추리하는 ‘아열대로부터’ ▲포옹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려 한 ‘압축카펫 2.0’ 등까지 거주지의 관념을 이동·확장·관계로 분리했다.

다학제 아티스트이자 마찬가지로 인간정서의 안정감을 모색한 ‘필로우 스터디2’의 박은영 작가는 그가 생각하는 쉘터의 정의로 “쉘터란 사람과 환경 사이를 매개하는 어떤 것”이라며 “여기서 매개란 위험한 환경으로부터의 보호와 차단이라는 역할과 함께 어떤 식으로든 그 환경을 감지하고 타자와의 공존을 확인하게 만드는 장치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지난 2014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니콜라스 세로타(왼쪽) 미술관장, 마리아 밀러(가운데)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과 함께 후원 프로그램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지난 2014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니콜라스 세로타(왼쪽) 미술관장, 마리아 밀러(가운데)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과 함께 후원 프로그램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지금까지의 현대차그룹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중장기적 과제로 진행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블루프라이즈디자인에 관해 아티스트가 아닌 신진 큐레이터를 선정하는 일을 그 증거라 강조한다. 과거 몇몇 전시의 기획 및 리서치를 맡았지만, 수상 당시 산업디자인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박 큐레이터를 선발한 목적은 이 상의 목표인 신진발굴에 최적화된 인재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의 목적은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고, 현대자동차의 비전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며 “최근엔 자카르타에도 모터스튜디오를 개관했다. 회사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만큼의 성과는 불가능했다. 더 멀리 보고 폭넓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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