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왼쪽)과 조 회장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왼쪽)과 조 회장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코스피 상장사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주도 하에 주식 공개매수 절차를 밟으면서 본격화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사안을 두고 오너리스크, 실적 감소 등으로 기업이 뒤숭숭한 상황을 적극 공략한 MBK파트너스의 승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정작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한국앤컴퍼니 주식에 대한 엑시트를 고려하면  ‘꽃놀이패’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는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를 통해 진행한다.

공개매수 가는 주당 2만원이며, 공개매수 목표 수량은 1931만5214주(20.35%)~2593만4385주(27.32%)다. 공개매수 기간은 지난 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20일간이다.

여기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53) 고문과 차녀 조희원(56) 씨가 합세해 차남 조현범(51)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나섰다.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는 공개매수 주체인 ‘벤튜라’의 특별관계자로 분류돼 공시됐다.

공개매수 최소 목표수량+조현식, 조희원 지분 합계 50% 육박

조현식 고문은 기존에 1797만4870주(18.93%), 조희원 씨는 1006만8989주(10.61%)를 보유해 총 2804만3859주(29.54%)를 보유한 상황이다.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의 지분 29.54%에 공개매수 최소 목표 수량인 20.35%가 더해지면 49.89%로 조현범 회장의 지분을 7%p 이상 뛰어넘을 수 있고, 50%를 넘는 지분을 확보해 의결권을 갖게 되면 기업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수 있다.

조 회장은 3990만1871주(42.03%)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별관계자 중 MBK파트너스와 합심한 조현식, 조희원씨를 제외한 조희경(57)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그나마 76만9583주(0.81%)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조 이사장 또한 한 차례 경영권 분쟁에 나선 인물인 만큼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이 될수 없는 실정이다.

횡령, 배임 이슈로 가종 사법리스크에 노출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오른 상황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 회장은 2019년 11월 하도급업체로부터 5억원 안팎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아 구속 수감됐다. 올 3월에는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경영진 교체 요구에 대한 배경이 되기에 충분했다.

앞서 2020년에도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조양래 명예회장이 자녀 중 막내인 조 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부(23.59%)를 넘기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의 결정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보고 이에 불복해 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이러한 두 남매의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조 회장은 2021년 12월 한국앤컴퍼니 회장에 오를 수 있었다.

◆오너리스크에 실적도 ‘흔들’…공개매수 건은 MBK에겐 ‘꽃놀이패’

한국앤컴퍼니는 오너리스크뿐 아니라 실적 면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올 1~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7711억9440만7314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58억6594만8676원으로 21%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나빠졌다.

공개 매수와 관련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닌 한국앤컴퍼니라는 좋은 기업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개매수”라며 “이러한 본질을 시장에서 잘 이해해주길 부탁드린다. 현시점에선 공개매수 성공이 가장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MBK파트너스 인수 가격 이상으로 장내에서 지분을 매집하거나 공개매수를 선언할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을 두고 “MBK파트너스는 꽃놀이패를 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꽃놀이패란 바둑에서 이기면 큰 이익을 얻고 져도 부담이 가벼운 패를 의미한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원매자 등장 시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 지분을 함께 묶어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 조항을 확보했다. 공개매수만 성공하면 한국앤컴퍼니의 주식을 엑시트(차익실현)해 대규모 투자 수익을 노릴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준가인 2만원 이상 넘지 못하는 주가 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고, 조현범 회장은 증여세 납부로 인해 자금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여 금융권 대출이나 제3자를 이용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 회장이 자금 조달 능력은 충분하지 않아보이지만 우호 지분을 통해 지분을 50%이상을 확보하면 된다”며 “제3자 유상증자 등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기존 한국타이어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세력들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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